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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 Story of Kings

조선시대 역병 대처 기록들을 들추는 척 하면서

미국은 지난해 상반기는 메르스, 하반기는 에볼라라는 전염병을 겪어내었습니다. 한 해에 두가지의 치명적인 바이러스 전염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 위기에서 빛을 발한 것은 빠른 초기 대응 이었습니다. 지난해 5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입국한 자국민이 고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자 질병통제센터는 곧바로 격리 조치하고 메르스 감염을 확진 하였습니다. 2번째 감염자가 발생하자 병원과 협력해 감염자의 주변 인물과 버스 비행기에서 접촉한 사람들을 전원 추적하였는데 이 과정을 초기 부터 진두 지휘한 컨트럴타워는 백악관 이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메르스 환자 두명이 발생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긴급 대책회의를 수차례 열고 촘촘한 방역 대책을 세워 나갔습니다. 또한 국민들에게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통제 범위 안에 두고 있다는 것을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와 같은 발표로 국민들을 안심 시켰습니다. 그 결과 미국의 메르스 환자는 최초 발병한 2명으로 그쳤습니다.

 

4개월 뒤 에볼라가 발생했을때도 오바마 대통령은 첫 환자가 발생하자 즉각 비상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환자 이름과 거주지 까지 공개하는 초강수를 두는 정보공개를 통해 에볼라 역시 성공적으로 잠재울수 있었습니다.

 

메르스 환자가 스스로 검진해 달라고 2회나 요청했어도 메르스일리가 없다고 일축했던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써 참으로 부러운 대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저 정도면 국민은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고 국가에 내는 세금도 아깝지 않을겁니다.

 

이처럼 현대 의학이 발달한 시대에도 대부분의 정상적인 국가에서 전염병은 국가수반이 컨트럴타워가 되어 국가 안보와 연결지어 다루는 중요한 사안인데 흔히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우리 역사에서 전 근대적이고 부정적인 인식을 주고 있는 조선에서는 역병은 어떻게 대처 되었을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벽온신방은 백성이 알아볼수 있도록 언해를 붙인 전염병시의 조리법과 예방법 등을 다룬 안내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예방법 유인물 같이 병에 대한 정보와 예방법을 알리는 수단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cafe.naver.com/bolimsa/1007

 

조선 시대의 기록에서도 전염병 발생지의 이동을 통제하고 벽온신방으로 백성들에게 예방법을 알리고 의관과 약물을 처방하여 보냈다는 기록들이 보입니다.

조선의 왕들은 전염병 대책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고 이러한 사실들은 조선왕조실록에 많은 기사를 남기고 있습니다.

 

세종 56권, 14년(1432 임자 / 명 선덕(宣德) 7년) 4월 21일(기유) 2번째기사
각도의 감사에게 전염병 구제 조항에 의거 구료하라 전지하다 
  

각도의 감사에게 전지하기를,

“민간에 전염병이 발생하거든 구제하여 치료해 주라는 조항을 여러번 법으로 세웠었는데, 각 고을의 수령들이 하교의 취지를 살피지 않아서, 금년은 전염병이 더욱 심하건만 구료하기를 좋아하지 않으니, 일찍이 내린 각년의 조항(條項)을 상고하여 구료해 살리도록 마음을 쓰라.” 하였다.

 

또한 심지어 폭군으로 생각되는 연산군 마저도 전염병은 가벼이 여기지 않고 조치를 다 하도록 지시를 한 기록이 보입니다.

 

연산 22권, 3년(1497 정사 / 명 홍치(弘治) 10년) 3월 17일(기미) 2번째기사
영안도 감사 여자신이 삼수·갑산의 전염병 창궐을 급보하다 

영안도(永安道) 1444) 감사 여자신(呂自新)이 급보로 아뢰기를,

“삼수(三水)·갑산(甲山) 등 고을에 남녀 노약이 여역(癘疫)1445) 으로 죽은 자 3백 50여 명이나 되오니, 청컨대 의원과 약을 보내어 구호하소서.”

하니, 상이 하유하기를,

“지금 경의 계보(啓報)로 하여 여역으로 사망하는 자가 많음을 알게 되니 매우 측연(惻然)하도다. 곧 의원 두 사람을 보내어 약을 가지고 가서 구호하게 하겠으니, 경 역시 의원의 근로 태만을 살피고 마음을 다하여 치료하여, 구원하여 살린 인구를 기록하여 아뢰도록 하라.”

하였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많은 기록들에서 전염병을 구제하고 약을 보내게 한 수많은 기록들이 보입니다. 아래의 내용은 많은 부분들 중 일부만 발췌한 것 입니다.

 

세종 56권, 14년(1432 임자 / 명 선덕(宣德) 7년) 4월 21일(기유) 2번째기사
각도의 감사에게 전염병 구제 조항에 의거 구료하라 전지하다

 

단종 1권, 즉위년(1452 임신 / 명 경태(景泰) 3년) 6월 9일(경오) 2번째기사
충청도 부여현 내의 전염병을 다스리고 필요한 약을 보내게 하다

 

효종 3권, 1년(1650 경인 / 청 순치(順治) 7년) 3월 15일(무진) 2번째기사
도성 안의 전염병으로 동서 활인서에 있는 백 수십 명에게 약물을 내리다

 

정조 25권, 12년(1788 무신 / 청 건륭(乾隆) 53년) 6월 22일(계축) 5번째기사
호서·영남의 전염병에 따른 자세한 보고와 구휼을 전교하다

 

전염명에 대한 발병과 사망자 수 상황을 파악하려는 노력도 많이 보입니다.

중종대의 기록을 보면 죽은 사람과 피해에 대해 치계하여 확산 상황을 파악하려는 기록들이 많이 보입니다.

 

 

또한 초기 발병에 대한 보고를 소홀히 한 관리를 추고하게 하기도 하였습니다.

 

중종 51권, 19년(1524 갑신 / 명 가정(嘉靖) 3년) 7월 7일(경오) 2번째기사
평안도 용천에 여역이 치성하자 진휼케 하고, 군수 김의형을 추고하라 명하다 
  

평안도 관찰사(平安道觀察使)의 서장(書狀)을 정원에 내렸다.

“용천(龍川) 경내에 여역(癘疫)12238) 이 매우 치열하여 죽은 사람이 6백 70명이나 된다. 예전부터 역기(疫氣)가 전염하여 사람이 많이 죽으나, 어찌 이처럼 참혹한 일이 있는가? 곧 감사(監司)에게 하서(下書)하여, 여러 가지로 구원하여 다시 죽는 사람이 없게 하고, 사람이 죽은 집에는 산 사람이 있더라도 굶주릴 걱정이 없지 않으니 진제(賑濟)하고 구휼(救恤)하도록 아울러 이르라, 용천 군수(龍川郡守) 김의형(金義亨)은 그 백성이 많이 죽었으면 곧 감사에게 치보(馳報)해야 할 것인데 감사가 탐문한 뒤에야 비로서 그 죽은 수를 신보(申報)하였으니, 부지런히 돌보는 뜻이 아주 없다. 추고(推考)시킬 것도 감사에게 아울러 이르라.”

 

지금처럼 통신수단과 도구들이 발달한 시대에도 발생 한달이 지나서도 감염자 숫자도 오락가락 하는 어떤 나라의 담당자들은 조선시대 같으면 아마도 경을 쳤을 듯 합니다.

 

세종 56권, 14년(1432 임자 / 명 선덕(宣德) 7년) 4월 21일(기유) 2번째기사
각도의 감사에게 전염병 구제 조항에 의거 구료하라 전지하다 
  

각도의 감사에게 전지하기를,

“민간에 전염병이 발생하거든 구제하여 치료해 주라는 조항을 여러번 법으로 세웠었는데, 각 고을의 수령들이 하교의 취지를 살피지 않아서, 금년은 전염병이 더욱 심하건만 구료하기를 좋아하지 않으니, 일찍이 내린 각년의 조항(條項)을 상고하여 구료해 살리도록 마음을 쓰라.” 하였다.

 

왜 뜬금 없이 조선 시대의 역병 대처 기록이니 오바마를 들먹이냐구요. 요즘에 간혹 교통사고가 나도 대통령 탓이고 전염병이 돌아도 대통령 탓이냐라는 답답한 이야기를 하는 분들을 종종 보기 때문 입니다. 이봐요 문제는 그게 아니야. 우리가 권력을 주고 그들은 행정 수반으로 뽑은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의무를 이행할 것을 믿는 대통령 책임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 입니다. 제가 중학교때 분명 우리나라는 대통령 책임제라고 배웠는데 그새 우리나라 대통령제가 달라지진 않았겠지요?

 

교통사고가 일어난걸 탓하는게 아니라 일어났다면 재빠르게 상황을 수습하고 국민의 생명을 하나라도 더 살리려 노력하고 조치해야 하는 자리라는 말입니다. 교통사고가 일어날수 밖에 없었던 제도나 행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걸 고치고 벌줄건 벌주고 보완할건 보완하도록 일을 해줘야 하는게 그 위치라는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허리케인 샌디가 발생했을 당시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즉각 백악관으로 복귀하여 재난 대응을 지시하였으며 피해지역을 국가재난구역으로 선포해서 복구작업을 지휘하였습니다. 글쎄요 자연재해가 대통령 탓으로 여겨서 그런 행동을 취했을까요?

 

전염병이 일어난게 대통령 탓이다라고 하는게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전염병이 일어났으면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의료적, 행정적인 조치를 제대로 가동하고 확산을 막아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는 행정 수반의 위치라는 겁니다. 이런 당연히 해야할 일을 제대로 못해내는 무능을 보였기 때문에 뭐라고 하는거지 어디 메르스가 발생한걸 가지고 탓하는게 아니지 않냐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과 자료를 뒤지며 참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수백년이 흘렀고 비교할 수 없게 세상이 발전하였건만 어쩌면 역사는 발전하는 것들에 대한 기록만은 아닌가 봅니다. 조선시대 역병 대처 기록을 궁금해서 들추는 척 하면서 남겨 본 잡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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