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근처에 호암 미술관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의 호를 따서 호암 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최초에는 이병철 회장 개인 소장품을 바탕으로 1982년 설립이 되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술관의 전시물들도 좋지만 미술관 경내에 꾸며져 1997년에 개원한 한국 전통정원 희원이 참 좋았습니다.
연이은 폭염에 갈 곳을 찾다가 지인 가족이 간다고 하여 따라 나선 곳인데 처음에는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전시실만 생각하며 더운 한낮을 보낼 생각이었습니다. 시원한 전시관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무더운 날씨에도 그늘이져 그다지 덥지 않았던 전통정원 희원도 산책삼아 걷기에 딱이었습니다. 물론 전시관 보다는 더웠지만 말입니다.
거기다 미술관의 다양한 전시실과 기획전시등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블로깅 할거리가 별로 없지만 다행히 한 여름 전통정원 희원은 마음껏 카메라로 담을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의 블로깅도 전통정원 희원에 대한 사진과 글이 더 만흡니다.
보화문과 소원 사이의 길 양옆의 벅수들
희원의 구성
희원으로 들어서는 보화문 입니다. 꽃과 인간의 예술과 같은 것을 보전하고 후세에 전달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화문에서 소원으로 가는 길 양편은 꽃밭이 어우러져 보기가 좋습니다.
길 양편의 벅수는 장승의 또 다른 말로 보화문에 들어서자 마자 만날 수 있는 이 돌장승들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방문한 손님을 안내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군요.
소원은 작은 동산과 꽃이 심어진 화계, 정자인 관음정과 연못이 있는 정원입니다. 정자가 있는 연못에는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돌이 바닥에 놓여있습니다. 저도 몇번 던져봤는데 올려놓기 힘들더군요. 딸은 천진난만하게 아빠가 들어가서 동전을 다 건져와서 자기 달라고 하는 바람에 조금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주정과 양대 월대가 있는 탁 트인 공간이 나옵니다. 주정은 연꽃이 가득피어나 있어서 이 공간이 참 불교적인 정취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주정에서 북쪽으로 미술관 건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연못 주위로도 경치가 참 좋으니 천전치 둘러보시고 올라가면 좋을듯 합니다.
처음 미술관 건물을 보았을때 아치가 있는 석조 기단을 보면 불국사가 떠오릅니다. 아마도 그 건축 양식을 차용해 온 것이겠지요? 주정에서 올라오는 길에서 바라다 보면 아래 사진에서 처럼 불국사와 아주 유사한 느낌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마리 인줄 알았는데 희원과 미술관 주변은 여러마리의 우아한 공작들이 거닐고 있습니다. 사람을 그다지 경계하지도 무서워 하지도 않습니다.
호암 미술관 전시관은 기본적으로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단 1층의 포토존에서는 사진을 담을 수 있습니다. 박물관 안은 매우 서늘하고 시원했습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한국 불교미술의 특징과 의미를 조명해 보는 <세가지 보배:한국의 불교미술>이 소개되고 있었고 한국 전통 목가구를 소개하는 전시실, 서화와 도교 불교 미술품들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역시 더운날에는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게 가장 좋습니다. 1, 2층 전시물들을 보고 나서 다시 희원을 통해 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미술관을 내려가면서 희원을 다시 걸으니 여러곳에서 공작이 더 많이 보입니다. 그 중 한마리는 호기심이 많은지 우리 뒤를 졸졸 따라오기도 했습니다. 사실 우리에게 호기심이 있다기 보다는 아이들이 먹고 있는 아이스크림에 더 흥미를 보이는것 같기는 했습니다.
아직 날씨는 무덥지만 어느새 입추도 지나고 하늘색은 가을 하늘 처럼 파아랗습니다. 무더운 여름에는 뙤약볕에 줄을 서야 하는 에버랜드 보다는 호암 미술관 같은 곳이 어떨까요? 전통 정원 희원의 정취도 느껴볼 수 있고 미술관 안의 전시품들과 그 시원함에 잠시 더위를 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