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토요일은 지난주 까지의 폭염과 끈적끈적한 무더위가 거짓말 처럼 느껴지는 날씨였습니다. 오늘은 가만히 서있으면 춥다고 느낄 정도로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하늘이 너무 높고 쪽빛으로 아름답던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동물원에 가자고 땡강을 피우는 아들 때문에 서울 대공원 동물원에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하늘이 너무 이뻐서 하늘과 구름 사진을 자꾸 담게 되었습니다. 우중충한 겨울이 지나고 봄 부터 여름까지 서울 경기 지역에서는 그 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푸른 하늘 이었습니다. 오늘 바람이 많이 불고 며칠전 비도 와서였던 것 같은데 아직 8월말 이지만 드디어 가을이 오려나 봅니다.
평소의 미세먼지로 흐릿흐릿 하던 하늘이 아니라서 멀리까지 선명하게 맑은 시야도 참 오랜만 입니다. 정말 중국의 원인인지 고등어를 많이 구워서인지 모르겠지만 평소에도 이런 하늘과 날씨라면 한국도 참 살기 좋은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만 같습니다.
오늘은 간편하게 오막삼(5D Mark 3) 에 신계륵 (EF 24-70mm F/2.8 II USM)만 물려 동물원으로 향했는데 동물원에서도 홀린듯 하늘만 담고 있을 정도로 오늘 하늘은 다이나믹하게 변화하는 구름과 푸른물이 뚝뚝 떨어질것 같은 색이 압권인 날씨 였습니다.
오전 무렵에는 구름도 거의 없이 하늘 전체가 파란 느낌에다 거실에서도 평소와 달리 아주 멀리까지 시원하게 보이는 시야가 탁 트였습니다. 이런 날 등산을 했다면 평소에 담기 힘든 멀리까지의 풍경을 담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점심 무렵부터는 조금씩 새털 같은 구름이 떠 다니기 시작 했습니다.
"아빠 하늘이 예뻐" 밖에 나온 아들도 오늘 하늘의 푸르름이 예뻐 보이나 봅니다.
점심으로 먹을 김밥을 사들고 나오는 길에도 자주 하늘을 보게 됩니다. 이렇게 예쁜 하늘이 지금까지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걸까요? 미세먼지에 가려, 종종 짙은 구름에 가려 숨겨 두었던 민 낯을 오늘은 보여주려 마음 먹은 모양입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그리 덥지도 않은 쾌적한 날씨에 아이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대공원에 도착해서 부터 이미 기분이 업 되어 있습니다.
몇년 아빠 사진사를 하면서 알게된 야외에서 사진 담기 참 좋은 빛을 뿌려주는 가을이란 계절이 이제야 드디어 그 문턱에 왔습니다.
코끼리 열차를 타고 동물원으로 올라가는 길, 좋은 날씨에 걸어서 올라가고 있는 연인인듯 보이는 두사람과 스카이 리프트가 상쾌해 보입니다. 좀 섣부르긴 하지만 드디어 올해 유난히 길게 느껴지던 그 무더운 여름이 가고 이제 전기료 폭탄에 떨지 않아도 될런지요?
동물원 초입의 홍학들도 선선한 날씨 때문인지 한발로 선채 낮잠을 즐깁니다.
오랜만에 야외 활동 하기 좋은 날씨여서 서울 대공원 동물원도 오후가 되면서 부터는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코끼리들도 코로 서로를 쓰다듬으며 다정한 한때를 보냅니다.
아들은 며칠전 부터 염원하던 동물원에 와서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신나서 그런지 걸으면서 계속 춤을 추다보니 좀 지쳤나 봅니다. 잠시 쉬기 위해 공원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누으니 잠이 솔솔오고 하늘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리 구름이다~"
동물원을 돌아보고 내려가는 길은 스카이 리프트를 탔습니다. 전 높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아이들 때문에 어쩔수 없이 동물원에 올때마다 타게 됩니다.
날씨가 너무 좋았지만 많이 걷다보니 조금은 지쳐서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보니 문득 자주 이런 하늘을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을 동안은 가끔씩 이렇게 맑은 하늘을 종종 보게 되겠지만 또 며칠이 지나면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새삼 그저 자연의 본 모습 만큼 아름다운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앞으로도 종종 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