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마다 관심 분야들이 다양하겠지만 어릴때 부터 형성된 제 관심사들은 크게 보자면 역사(그 중에서 전쟁사), 문학(그중에서 특히 역사소설, SF소설, 수필), 과학(특히 현대 물리학, 생물학), 최근에 가지게 된 취미인 사진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나머지 잡다한 카테고리들은 다 어차피 위의 주제에서 파생된 흥미거리 입니다.
직업이 개발자이고 IT관련 주제의 글도 블로그에 많이 썼지만 그건 직업상에서 오는 흥미나 호기심을 느낀 분야의 영역인것 같습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밥 먹고 살자고 이공계 컴퓨터공학에 진학했지만 어릴때 꿈은 "역사학자" 였던 만큼 저의 최애 관심사는 아무래도 "역사" 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요 최근 몇년 새에 읽은것이 기억나는 독서 리스트를 흝어 보면아마도 제 관심사가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지 짐작이 가실 듯 합니다.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 "살육과 문명",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 "무기의 역사", "펠레폰네소스 전쟁사", "강소국 이스라엘과 땅의 전쟁", "조선 임금 잔혹사", "이븐 바투타 여행기", "사피엔스", "내안의 물고기-우리 몸 안의 물고기의 흔적을 찾아서", "인류의 기원", "거의 모든것의 역사", "포토샵 보정의 바이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사진집", "빵의 역사", "콘스탄티노플 함락", "로마인 이야기 10~12", "오빠가 돌아왔다", "살인자의 기억법"
몇몇 다른 분야의 책들도 있지만 다분히 편중된 독서취향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오늘 최근에 구입한 이런 취향의 책을 한권 더 소개해 볼까 합니다.
바로 "전쟁의 재발견" 입니다.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전쟁을 치루는 지도자, 장군 위주 또는 사건 중심으로 서술된 다른 전쟁사 관련 책들과 달리 이 책은 드물게도 병사의 눈으로 밑에서부터 바라본 관점으로 전쟁을 다룬 책이기 때문 입니다.
어떤 전쟁이 있었고 결과가 어땠고 또는 어떻게 이길 수 있었고 결국 누가 이겨서 어떤 역사적 변화가 있었나가 그 동안 많은 전쟁사 책들의 시각이었다면 이 책은 전쟁터에서 병사들은 어떤 끔찍한 상황을 겪었는지, 어떤 고양된 감정이나 두려움을 느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는것만으로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사실 저도 군대를 다녀왔지만 다행히(?) 실제 전쟁을 겪어 보지는 못했기에 전쟁의 참상에 대해서는 상상만 할 수 있을뿐 입니다. 하지만 말단 병사로써 군대에서 겪는 행군, 정기 훈련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그저 글 한줄의 기록 2만명이 공격을 위해 이동했다에서는 절대 알 길이 없는 병졸의 고초에 대해서 어느정도는 실감을 합니다.
한 부대가 30~40키로 이동을 하는 준비된 훈련을 하는 경우에만도 출영부터 수십키로 군장을 맨 행군, 숙영지 건설, 야간 경계, 혹한기의 추위, 흑서기의 더위등 어떤 고생을 겪는지는 충분히 알고있기 때문 입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역사속의 영웅적인 전쟁도 가까이 다가가서 말단 병사로 내가 겪는다면 그저 재미있고 흥미로운 전쟁이야기가 아닐것이 분명합니다. 어떤 참상일지 어떤 두려움과 감정을 가질지 짐작조차 힘든 일일겁니다.
특히 전쟁상황이라면 겪게될 주변의 죽음, 자신에게 조여오는 죽음의 참상을 병사의 관점에서 고대에서 부터 현대의 전쟁까지 다양한 기록과 사료를 참조하여 재구성하여 책을 읽는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책을 읽는 동안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의 영웅적인 전사들의 전투에 대한 묘사가 자주 등장하는 첫장에서(아마도 그마저 실제의 참상이 아닌 영웅의 활약을 돋보이기 위한 과장된 기록이겠지만)부터 우리는 창과 칼이 서로 맞부딛치는 냉병기 시대의 참혹함과 수백만, 수천만 단위로 인간이 죽어나가는 현대전쟁의 참혹함까지 전쟁을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오랜만에 전쟁사 책을 한권 소개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에게 권할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혹 전쟁사 분야에 흥미를 가진 덕후성향이 없다면 이 책은 매우 지루 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흥미를 가진 사람에게는 기존의 책들이 알려주지 않는 많은 것을 알게 해주는 책입니다. 책에 소개되는 다양한 사례들도 우리가 겉으로만 접했던 전투의 실상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