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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캐논 EF 85mm F1.2L II USM, 만투 보케 예찬

제가 가지고 있는 촬영 장비는 캐논 오막삼(5D Mark III)과 EF 24-70mm F2.8L II USM(신계륵), EF 85mm F1.2L II USM(만투)로 다른 사진 취미가들에 비해서도 매우 단출한 풀프레임 장비입니다.

 

여기에 번외로 크롭이긴 하지만 캐논 미러리스 EOS M용 렌즈들인 17-5mm (풀프 환산 27-88mm) 표준 줌 번들, 22mm F2.0 단렌즈(환산 35mm), 55-200mm(환산 88-320mm) 망원렌즈까지 생각하면 표준줌-35mm-85mm준망원-88~320mm 망원 영역까지 골고루 커버 할 수 있는 렌즈영역이 일단 되기는 합니다.

(표준 줌은 일단 중복이긴 한데 사실 이 영역은 거의 신계륵만 사용합니다. 표준 영역이 필요하면 오막삼에 신계륵을 들고 나가고, EOS M에 번들을 체결할 일은... 미안하다! 번들아!) 


EOS M 미러리스 렌즈군은 풀 프레임 렌즈들에 비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이제 오막삼에 16-35mm 광각과 50mm 단렌즈 정도만 추가되면 거의 전 화각의 렌즈를 보유할 수도 있는 드림을 이루는 거라서 돈은 없지만 50mm F1.4 와 16-35 F4 는 몇 년째 늘 장바구니에 고이 넣어 놓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딱 렌즈 하나만 고르라면? 요즘 말로 최애 렌즈는 무엇이냐면 역시 캐논 EF 85mm F1.2L II USM, 일명 만투 입니다.



솔직히는 제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렌즈라면 역시 EF 24-70mm F2.8L II USM 일명 신계륵입니다. 제게는 전혀 계륵이 아닙니다.


표준 줌에다 거의 모든 환경에서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어서 블로그에 포스팅되는 사진도 대부분 신계륵으로 찍은 사진이 가장 많습니다. 실제로 거의 제가 담은 사진의 80~90%를 차지하고 아끼는 렌즈이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제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진은 단 5% 정도 지분에 불과한 만투(EF 85mm F1.2L II USM)로 찍은 사진에서 대부분 나옵니다.

 

어쩌면 그냥 저는 단순한 만투빠일지도 모릅니다. 카메라를 풀프레임 기종인 오막삼을 구입한 이유도 첫 번째 목적은 만투를 써보고 싶어서였고 비록 방진/방적 안되고, 렌즈 관리가 귀찮고, 때때로 엄청난 색수차가 발생하는 등 단점들도 꽤 많아서 이 렌즈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지만 제게는 첫 번째 풀프레임 렌즈이기도 하고 가장 아끼는 렌즈이기도 합니다.

 


제가 만투를 예찬하는 이유는 조리개 값에 F1.2L 이라는 아주 유니크한 수치를 가졌기 때문 만은 아닙니다. 만투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만투가 가진 촛점이 맞지 않은 곳의 독특하게 뭉게지는 영역, 즉 보케라 불리는 부분의 뭉개짐의 패턴과 유니크한 빛 망울 때문 입니다. 위 사진의 표시된 영역 부분처럼 말입니다.

 

상 주변부의 뭉개짐은 꼭 F1.2가 아닌 다른 렌즈로도 가능합니다. 조리개 F1.4 이상 또는 F2 이상으로도 사진을 담으면 유사한 뭉개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제 경우에는 준 망원 영역과 조리개가 어우러진 만투만의 유니크한 보케를 가장 좋아합니다. 사실 똑같은 조리개 값에 같은 망원 영역이라도 렌즈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 다른 느낌의 보케가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 눈은 막눈 of 막눈이라 블라인드 테스트 같은 건 못 받으며 이걸 입증하기도 어렵지만 빌려 사용해본 백마엘이나 유사한 계열의 렌즈에서도 뭉개진 영역에서 제가 느끼기에 미묘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보케, 즉 초점이 맞지 않은 부분의 이미지를 일그러뜨리는 특징은 인물 사진에서는 인물과 배경을 명확히 분리해내는 역할도 합니다. 바로 그 특성 때문에 흔히들 말하는 사진의 입체감, 공간감을 느끼게 하는 사진을 만들어 주는 렌즈이기도 합니다.

 


또 심도 조절에 따라서는 평범한 배경을 일그러뜨리며 마치 아주 특별한 장소를 배경으로 삼은 듯한 이미지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때로는 인파가 많은 흔한 상가 주변 거리를 화려한 빛의 거리 느낌을 주며 뭉개거나 심도가 깊을 때는 별다른 느낌을 주지 않던 평범한 카페나 로비, 야외 벤치 등의 배경을 때때로 몽환적인 공간의 느낌으로 이끌어 줍니다.

 

 

 

약간은 주제를 벗어나긴 하지만 만투의 낮은 조리개 값은 맑은 날씨에는 때때로 ND 필터를 썼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셔터속도 표시가 1/8000을 초과하여 LCD 창에서 깜빡깜빡하는 상황을 만듭니다. 이런 이유로 센서에 빛을 과다하게 받아들여 이미지가 번지거나 흐려지는 할레이션 현상이 종종 발생합니다.

 

 

보기에 따라 일종의 렌즈의 결함이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인데 전 이 할레이션이 일어난 사진의 독특한 그 느낌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특히 맑은 날 해가 기우는 늦은 오후 시간의 역광에서는 마음먹으면 발생시킬 수 있을 정도로 흔하게 이 현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른 렌즈로도 아예 못 만드는 상황은 아니지만 또 만투처럼 쉽게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비록 잘 담지는 못했지만 일종의 결함을 가진 할레이션이 일어난 사진들이 주는 느낌을 위의 예시들로 조금은 설명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와서 만투 사진의 독특한 공간감 입체감의 정체는 제 생각에는 극히 좁은 초점 맞은 부분에서는 상이 선명하면서도 낮은 심도 조절이 가능한 조리개 값과 85mm 준 망원 영역으로 인해 발생하는 주변부의 단계적인 뭉개짐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위의 사진을 확대한 아래 이미지를 보시면 초점 맞은 오른쪽 눈 주변을 제외하고는 얼굴 안의 공간에서부터 볼 주변부, 이마 끝부분에서 벌써 흐려짐과 일그러짐이 발생하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확대해 보지 않으면 구분이 가지 않는 이 작은 단위에서도 단계적으로 변하는 심도차와 먼 배경의 극단적인 일그러짐이 합쳐져서 사진을 보았을 때 느끼는 공간감을 주는 요인이 아닐까 제 부족한 사진 지식으로는 그 정도만 유추해 볼 따름입니다.

 

반복이지만 이 같은 얕은 심도는 꼭 만투가 아니라 F/1.8 같은 조리개 값을 가진 보다 저렴한 다른 렌즈에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만투가 만들어내는 보케는 미묘하게 그 모양새나 일그러짐의 패턴에서 다른 유니크함이 있습니다. 워낙 미묘한 부분이라 이부분은 글로는 설명하기 어려운데 예시나 비교 사진등을 첨부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4년을 써온 저도 참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 미묘한 차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수십에서 수백을 쓰는 걸 보면 제가 완전히 못 느끼는 건 또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만투는 제가 살 당시에도 상당히 고가에도 꽤 인기있고 잘 팔리는 렌즈 였습니다. 여전히 가격이 별로 내린것 같지 않습니다)

 

얼마 전 만투의 경우 후속작일지? 또 다른 라인업일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캐논의 경우 85mm F/1.4L 단렌즈가 출시되었습니다. 역시 L렌즈이고 만투의 단점도 개선된 욕심이 나는 렌즈지만 아직은 그렇게 끌림이 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미 만투에 익숙해져 단점조차 좋아하게 되어서 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설령 85mm 조리개 값 F/1.2 영역에서 만쓰리가 나온다 하더라도 만투를 내치는 결정을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만쓰리도 엄청난 장점을 가진 황홀하게 좋은 렌즈로 나오겠지만 아마도 제가 좋아하는 결함을 통해서 얻어지는 그 미묘한 부분들은 사라지지 않을까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풀프레임 렌즈가 달랑 2개밖에 없다 보니 맨날 가지고 있는 렌즈만 가지고 중복성 글을 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새 렌즈 살 돈이 없... ㅜㅡ) 애써 보케 부분에 대해 이야기한 또 다른 주제 글이라 우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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