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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야경 사진을 찍을 때 삼각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한 잡담

솔직히 저도 삼각대를 가지고(장농에 쳐박...) 있긴 하지만 1년에 한두 번 이용을 할까 말까 하긴 합니다. 사진이 취미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 목적은 내 아이들을 찍는 것이고 아이들과 여행이나 외출을 하면서 덤으로 추억을 남기는 게 더 우선순위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가족과 함께 다니며 삼각대를 늘 챙겨 다닌다는 건 이미 무거운 카메라에 또 무게를 더해 짐이 꽤 늘어나는 일이라 체력적으로도 꽤 힘들고 아이들이 어리다면 같이 이동할 때 너무 거추장스러워집니다. 그래서 막상 저도 1년에 한두 번도 삼각대를 들고나갈 일이 없지만, 또 누군가 SNS에서 언급한 요즘은 카메라가 워낙 좋아져서 삼각대는 굳이 없어도 된다는 말에는 동의가 어렵습니다.


분명 삼각대가 있으면 좋은 점도 있습니다. 소소하게 모두들 아시는 혼자 여행하면서 셀카 촬영이 필요할 때나 자신을 포함해서 단체 사진을 찍을 때 같은 이유 말고도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더 고품질의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장비입니다.


삼각대는 주간에도 물론이지만 특히 밤에 야경을 담는다면 화질이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한 훌륭한 도구가 됩니다.


수원화성 동북각루 반영

수원화성 용연에 드리운 동북각루(방화수류정) 반영


물론 위의 SNS에 언급한 삼각대 무용론이 전혀 틀린 말이라는 건 아닙니다. 당연히 저격 의도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것도 맞는 말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황희 정승식 회피...쿨럭)


저와 같은 아마추어 취미 사진가의 경우 대개 사진을 리사이즈 해서 웹에 올리거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등에 올리는 게 촬영한 사진을 소비하는 행위의 거의 전부입니다. 혹은 인화한다 해도 4X6 사이즈 인화가 아마 대부분 일 겁니다. 상업적 이용 목적이 없다면 사진의 디테일과 화질은 자신의 기준에만 충족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사실 요즘 대부분 사진을 보는 경로인 휴대폰 화면상에서 그런 디테일이나 화질 문제는 별로 심각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PC에서 웹으로 볼 때도 대개 리사이즈되어 화질이 크게는 문제 되지 않습니다. 이런 용도뿐이라면 앞서의 말도 충분히 수긍이 가는 언급입니다.


이는 선택적인 문제로 예를 들면 사진 촬영이 목적인 여행이 아니라면 당연히 삼각대는 버리고 갈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이번에 상하이 자유여행을 가면서 야경을 찍게 되리라 분명 예상했지만 추가 렌즈나 삼각대는 챙겨가지 않았습니다. 여행을 나 혼자 가는 게 아니고 가족과 여행을 즐기는 게 우선이고 짐에 삼각대를 더 한다면 본 목적인 여행에 방해가 될 거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단순한 사진 취미가라 해도 가끔씩은 사진 화질에 집착하는 기이한 열망에 사로잡힐 때가 있습니다. 대개는 "멋진 야경 한 장 정도는 내 손으로 찍어서 크게 뽑아서 액자로 내방에 걸어놓고 싶다", "음 UHD TV 모니터에 배경 화면 쓸만한 고화질 사진이 없네" 같은 별로 시답지 않은 이유긴 하지만 말입니다.


잡설이 좀 길었습니다. 각설하고 그런 제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주말 저녁에 혼자 삼각대를 메고 가까운 수원화성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수원화성 성벽에서 본 일몰


도착해보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는 시간이었는데 아직 더 어두워지고 성벽에 조명이 켜지길 기다리며 성벽에도 올라보고 화홍문 주변을 서성였습니다.


수원화성 화홍문

수원화성 화홍문


어스름이 내려오고 성벽에 조명이 켜져 촬영 준비를 했는데 이거 블로그 포스팅 소재로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서 삼각대를 쓸 때와 쓰지 않을 때로 나누어 촬영해 보았습니다.


먼저 사진 A와 B를 한 번 보실까요?


수원화성 화홍문 야경

사진 A


생각보다 빠르게 어두워져서 사진 A는 조리개 F/3.5 에 ISO를 6400까지 올리고 셔터 스피드는 1/50 초로 촬영을 해 보았습니다.


수원화성 화홍문 야경2

사진 B


사진 B는 삼각대를 펴고 조리개 F/11에 ISO 100, 셔터 스피드 15초로 촬영했습니다.

촬영한 바디는 캐논 5D Mark 3 (오막삼), 렌즈는 EF 24-70mm F/2.8 II (신계륵) 입니다. 후드 제거하고 렌즈 필터도 빼고 촬영했습니다.


얼핏 웹에서 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두 사진은 사실 1:1로 확대해 보면 큰 차이가 납니다.


먼저 사진 A를 확대해 보았습니다.


수원화성 화홍문 노이즈


작은 사진일 때는 보이지 않던 자글자글한 노이즈가 많이 보입니다. 아예 노이즈 리덕션을 하지 않은 건 아니고 기본적인 노이즈 제거를 했는데도 그렇습니다.


ISO를 높일수록 노이즈가 많이 생기는 건 디지털카메라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사용 중인 카메라 오막삼은 이미 출시된 지 꽤 된 모델이고 최근의 모델들일수록 노이즈를 잘 잡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환경에서 사진을 담을 때는 어디까지가 감내할만한 허용 감도인가의 구별이 있을 뿐 아예 노이즈가 없는 카메라는 없습니다.


모바일에서는 잘 안 보일까 3:1로도 확대해 보았는데 이러면 더 적나라하게 보입니다.


수원화성 화홍문 노이즈2


반면에 아래 사진은 조리개를 더 조이고 15초 장노출에 ISO를 100으로 고정 촬영한 사진입니다.


수원화성 화홍문 야경3


노이즈가 거의 보이지 않고 3:1로 확대해 보아도 사진 A에 비해서 노이즈가 거의 없는 것이 확인되실 겁니다.


수원화성 화홍문 야경4


이처럼 작게 볼 때는 거의 비슷해 보이던 사진도 확대를 해면 그 화질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대형 인화를 하거나 상업적으로 크게 뽑아서 이용하려는 경우 결국은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사실 삼각대와 장 노출은 위에서 보듯이 노이즈뿐만 아니라 야간에 확보하기 힘든 셔터 스피드와 블러에 대한 해결책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아마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 할지도 모릅니다.

"근성이 부족해! 난 삼각대 없이도 1초 정도도 블러 없이 촬영 할 수 있어!"


작은 사진이 아니라 그분의 사진을 확대했을 때 정말 블러가 없을지도 궁금하지만 제 경우는 사실 1/50 초나 1/30 초도 블러 없이 깨끗하게 촬영하기 힘듭니다. DSLR은 그 무게도 상당하고 잠시만 들고 있어도 팔이 저절로 떨립니다. 어쩔 수 없이 이런 셔터 스피드로 촬영해야 할 때는 어딘가 기댄다던가 팔을 지지대가 될 만한 곳에 받치려 애씁니다.


어떤 팔 힘과 괴수 같은 근성인지 모르지만... 괜찮습니다. 전 근성이라곤 원래 1도 없어요. 그냥 약간의 블러를 받아 들이던가 ISO를 더 끌어올려 노이즈를 수용하렵니다. 아니면 아예 삼각대를 쓰는 게 편합니다.


수원화성 용연 동북각루 반영


반복하자면 위의 4장의 사진은 이런 사이즈로만 보면 점점 어두워지는 시간에 따라 담은 비슷한 화질의 사진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아래와 같이 1:1 확대 하면 엄청난 차이를 가진 사진들입니다.



수원화성 용연 동북각루 반영2


ISO를 끌어올려 셔터스피드 1/50초로 최대한 블러를 없애고 디테일도 어느 정도 살렸지만 자잘하고 고운 노이즈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수원화성 용연 동북각루 반영3


이 사진은 모바일 화면에서 보면 괜찮아 보이는 사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원화성 용연 동북각루 반영4


조리개를 최대 개방해 ISO를 400으로 낮춘 다음 셔터 스피드 1/15 초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노이즈는 줄었지만 1:1 확대해 보니 이건 완전 흔들린 사진입니다.


이런 경우 차라리 위의 노이즈가 조금 있는 경우가 더 낫습니다. 노이즈는 조금이나마 더 줄일 수 있지만 흔들려 버린 사진은 블로그 포스팅용으로 작게 리사이즈 하거나 작은 썸네일 용도 정도로 밖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원화성 용연 동북각루 반영5


수원화성 용연 동북각루 반영6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리고 조리개를 최대로 조인 다음 20초 장노출로 담았습니다. 위의 사진들과 달리 노이즈와 디테일을 둘 다 어느 정도 만족시킵니다.


수원화성 용연 동북각루 반영7


수원화성 용연 동북각루 반영8


완전히 해가 넘어가고 가장 어두울 때 담은 사진입니다. 삼각대 사용, 조리개를 F/11로 조금 풀고 장노출 20초로 충분한 밝기를 얻었습니다.


이처럼 야간에도 노이즈 적고 디테일이 살아 있는 깨끗한 사진을 찍으려면 삼각대와 장노출이 필수적입니다. 사실 주간에도 조리개를 조인 풍경 사진은 삼각대를 이용하는 사진이 미세한 차이라도 좀 더 좋습니다.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그렇다고 야간에 야경을 담으려면 무조건 삼각대에 장노출이다 이런 말이 아닙니다. 이는 상황에 따라서 입장에 따라서 유동적입니다. 일단 얼마 전 포스팅한 제 상하이 여행 야경 사진은 블러도 많고 노이즈도 많습니다. 사진의 질 보다 여행에서의 간편함을 택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장노출 삼각대

물론 상업 사진을 담는 프로 포토그래퍼라면 당연히 삼각대를 놓고 사진의 질을 우선해야겠지만 가족과 밤 마실 나온 아마추어 아빠 사진사라면 휴대폰으로 볼 수 있는 정도의 화질만 건져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제 생각엔 삼각대가 없는 상황이라면 다소 노이즈를 감수하고 블러 없는 사진을 택할수도 있고 약간의 블러가 있어도 노이즈를 줄이는 사진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CASE BY CASE라는 이야기입니다.


수원화성 성벽


삼각대와 장노출의 조합은 재미있는 사진을 담기 좋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성벽을 거닐던 사람들을 지운다던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원화성 장안문


수원화성 장안문 궤적


또는 재미난 도로에서 차량 궤적 담기 놀이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수원화성 장안문 궤적


수원화성 장안문 궤적


무엇보다 삼각대와 장노출이 결합하면 야간에도 사진을 담는 범위가 넓어지게 됩니다.

다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저와 같은 아마추어 취미 사진가가 꼭 필수적으로 그런 사진을 담아야 될 이유는 없습니다.


삼각대가 없을 때 야간에 사진을 담는 방법은 그 외에도 여러가지 있습니다. 다만 가위바위보 같이 꼭 하나씩 약점이 있어 모든 상황에 완벽한 방법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서 사진 취미가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전 글 링크

밤에 사진 잘 찍는 법, 야간 촬영, 스트로브, 슬로우싱크, 보정, 장노출


수원 화성에 간 김에 담아 보았던 장안문 주변 사진도 몇 장 더 남겨 봅니다.


수원화성 장안문


수원화성 장안문 1


수원화성 장안문 2


수원화성 장안문 3


수원화성 장안문 4


수원화성 장안문 5


아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아마도 이 글에 이런 댓글 달릴 수도 있습니다.


"아 난 노이즈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신형 카메라여서 그냥  ISO 높이고 찍음!! 우왕 ㅋ 내 카메라 짱짱"


그런 좋은 카메라로 삼각대 놓고 장노출로 찍으면 원래 좋은 화질에서 훠얼씬 더 화질이 좋아지겠죠? 인간은 가능하면 누구나 좀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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