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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베르나르 베르베르 인간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프랑스 작가를 접하게 된 것은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바로 "개미" 시리즈입니다. 당시에서는 신비와 과학이 뒤섞인 이 시리즈의 새로운 방식의 참신함이 3권의 시리즈를 단숨에 다 읽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 작가의 소설인 타나토노트까지는 사후세계라는 소재의 참신함과 인류 공통의 관심사를 재미있게 소설로 꾸며내어 꽤 재미있게 읽은 책들 중 하나입니다.


다만 이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은 "아버지들의 아버지", "고양이"라던가 "뇌" 같은 작품들을 읽으면서는 어쩐지 이전 작품들과 거의 비슷한 클리셰들이 계속 반복된다는 느낌이 듭니다.


원래부터 과학적 설정을 꼼꼼하게 나열하는 작가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개연성은 어느 정도 충분했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전개 과정의 충분한 공감 확보 없이 다소 비약적인 결론으로 치닿는 경우가 많아서 보통 책을 다시 여러 번 읽는 제 습관에도 불구하고 개미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가볍게 한번 보고는 다시 읽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은 이 부분은 지금은 SF를 좋아하는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마음대로 "SF 작가"라는 틀안에 규정지어 바라봤던 시선 탓으로 생각합니다. 그의 소설은 SF라는 소재를 쓰기는 하지만 단순히 사람의 이야기를 재미있고 쉽게 풀어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야기꾼입니다. 이번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간"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뚜렷해졌습니다.


인간 다양한 책 표지 그림


소설 "인간"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희곡이라고도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읽어본 후 느낌은 연극 대본이라기 보다는 2인극 형태의 프레임을 차용한 새로운 시도의 소설에 더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지문이 없는 형식적인 부분은 일단 무시하고라도) 이 책이 소설이냐 희곡이냐 하는 논쟁은 제 관심사 밖입니다.


단지, 개인적으로 판단 할 때는 소설로 읽어도 좋지만 연극으로 본다면 더 재미있고 흥미로울 것 같기는 합니다. 다음에 연극 상연이 있다면 시간을 내어 보러가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프랑스 및 한국에서도 "인간"은 연극으로도 상연이 되었고 호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연극 인간 포스터

인간 연극 포스터, 출처 : 그룹에이트 블로그


 *주의 책 내용의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책을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백지상태에서 읽고 싶으시다면 아래의 내용을 보지 마시고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스포일러 주의를 드렸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유리 우리에 갇힌 두 남녀라는 것은 단순히 소설의 장치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소설 "인간"은 종종 많은 사람이 기대하는 본격 SF 소설이 아닙니다. 그저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만 SF의 소재가 차용되었을 뿐입니다.

수집된 멸종 위기종의 종족 유지에 대한 결정에 대한 담론 같은 상황은 얼마든지 다른 상황, 다른 장치로 대체 가능하다고 봅니다.


외계인이 인간을 애완동물화하거나 하는 소재는 판타스틱 플래닛 이후 이제는 꽤 많은 흔한 설정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링크 : 판타스틱 플래닛 (1973)


책 "인간"에서 중요한 것은 유리 우리에 갇힌 전혀 다른 삶의 배경과 성격을 지닌 두 남녀의 조우 그리고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 최종적으로 인류를 존속시킬것인가?에 대한 그들만의 재판에서 주고 받는 다양한 생각과 관점의 차이가 이 소설의 진짜 핵심일 것입니다.


연극 인간,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미지 출처 : 그룹에이트 블로그

한국에서 상연되었던 연극 인간의 배우들


한국에서 공연한 사진 몇 장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인간" 책 내용에서도 분명 간간이 사만타의 미모가 언급되지만... 휴~ 어쩐지 남자 주인공 "라울"이 부러워집니다. (아니 잠깐 책 내용 대로라면 분명 사만타가 라울에게 밀착 레슬링 기술을 거는 장면이 있었던...)


두 남녀가 만남부터 주고받는 대화 및 인간 종에 대한 존속 여부에 대해 검사와 변호사, 그 외 법정의 각 요소의 역할을 하며 주고받는 대화는 사실 거창해 보이지만 그리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와 무거움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법한 주제와 때때로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는 주장도 그 논거가 무시되며 판결을 향해 달려갑니다.


이런 부분에 비판의 각을 세우는 평론가들도 있는 듯하지만 애초에 "인간"의 주인공들은 철학자도 아니고 종교인도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과 이야기들로 논거를 이루는 것이 어떻게 보면 더 현실적인 묘사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도 됩니다. 그럼에도 그 결론의 가벼움은 살짝 아쉽기도 하지만 유쾌하고 가볍게 마무리(그 이후가 어떨지 몰라도) 한 것이 어쩌면 그렇게 마무리한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둘 다 양립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간", 한국에서 특히 유명한 해외 작가지만 최근 작품에서는 작품성에 논란도 많은 작가입니다. 다만 이 "인간"이라는 책은 그런 논란에서 떠나서 가볍게 반나절 정도면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치 2인 극, 연극 한편을 본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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