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일본 만화책 들도 인기작은 대부분 정식으로 번역되어 한국에서도 볼 수 있지만 제가 어릴 때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일본만화를 베껴서 마치 한국만화인 것처럼 나오거나 아예 불법 복제한 해적판인 만화책들도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주인공 이름을 한주먹으로 이름도 바꾸어서 현지화(?) 시킨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에서 발간했던 "권법소년", 또는 경쟁작이던 "용소야" 같은 제 또래에는 큰 히트를 했던 만화도 있었습니다.
권법소년은 "일격전" 이라는 일본 만화를 용소야 또는 쿵후보이 친미는 "철권 친미"라는 일본 만화를 해적판으로 한국 만화인것 처럼 발간했던 만화들이었습니다.
그 시절 제가 당연히 한국만화인 줄 알고 보았던 많은 만화들이 사실은 일본 만화였다는 걸 알게 된 건 초등학교 6학년 겨울 방학에 부산에서는 나름 유명하던 온천장 다리 밑 길거리에서 돗자리에 만화책을 펼쳐 놓고 파는 노점 거리에 친구들과 가보면서 부터 입니다. 나중에는 중학교 때까지 친구들과 많이 이용을 했는데 이 노점상은 일본과 가까운 거리 때문에 넘어온 일본 만화책과 잡지를 어둠의 경로로 입수할 수 있는 곳으로 나름 해당 지역에서는 유명했던 곳이었습니다.
1990년대 말 그 다리 밑이 모두 재개발되면서 노점상들도 이제는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미지 출처 : namuwiki
사실 그곳은 이제 조금씩 소년으로 넘어가던 질풍노도의 시기를 앞둔 아이들에게 마치 보물 창고와 같던 곳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소년 만화였지만 당시의 한국의 기준으로는 여성의 신체(?) 또는 잔인한 장면들이 여과 없이 묘사되던 일본 원판 만화들과 썬데이 서울 같은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누드가 거침없이 등장하던 잡지들이 널려있었습니다. 그리고 진짜 성인을 위한 사진첩들을 아이들도 돈만 내면 살 수 있었던 일종의 일탈 장소 같은 곳이었습니다. 물론 이곳에는 아이들이 현금을 들고 오기 마련이라 주변에는 이른바 "삥"을 뜯는 동네 형들도 많아서 항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그곳에서 일본어 대사 칸이 채워진(한국 만화인 줄 알았던) 그리고 뭔가 좀 어색하게 그려지거나 지워지지 않은 원판 만화들을 접하게 되면서 저도 아 이게 원래 일본 만화였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
중학교 때는 일찍 세상에 눈뜬 몇몇 아이들 일부는 여기에서 "공작왕", "시티헌터" 같은 원판 만화를 사 와서 반 아이들에게 100원씩에 대여를 하거나 되팔기도 했던 나름의 대여 및 판매 중계상(?)을 했던 기억도 납니다. 이게 고등학교에 갈 때쯤에는 만화책 보다는 "EBS교육방송", "NBA농구", "WWF경기" 같은 어색한 딱지를 붙인 비디오 테이프로 품목이 바뀌긴 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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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처음에는 그런 선정적인 부분도 일본 만화를 접하게 만드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긴 했지만 결국은 당시의 그야말로 만화적인 스토리이던 국내 대본소 만화들과 달리 다양한 소재와 나름의 탄탄한 스토리, 내용에 빠져들게 만드는 일본 만화의 몇몇 작품들이 만화를 즐기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처음엔 성적인 코드가 많은 개그 만화였다가 곧 열혈 격투 소년만화로 변신하는 "드래곤 볼" 같은 만화가 어쩌면 이를 그 자체로 그런 상황을 대변해주는 만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맘 때 눈 뜨고 재미 붙인 만화책에 대한 취미는 대학생 때쯤 지금 봐도 명작인 작품들의 한국 정식 출간 붐으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불혹을 이미 넘어선 요즘에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종종 만화를 많이 봅니다. 사실 요즘은 접하기 쉬운 이점 때문에 거의 웹툰을 보지만요.
오늘 제가 소개하는 목록은 사실 제 나이와 취향을 반영하여 꽤 옛날 만화들입니다. 요즘과는 다소 트렌드가 안 맞을지 모르지만 절대적인 재미라는 건 시대를 초월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옛날 명작들을 한번 소개해봅니다. 소개하는 순서는 그저 생각난 순서이며 재미순이나 추천순은 아닙니다.
터치 - 아다치 미츠루
이미지 출처 : namuwiki
스포츠 만화는 마구나 "불꽃슛" 같은 열정과 근성만 존재하던 세상에서 스포츠 만화인듯 하지만 어떻게 보면 등장인물의 심리를 주로 그린 연예 드라마인 이 만화는 나름의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만화에서 야구라는 스포츠의 비중이 아주 작은 것도 아닙니다.
세월이 지나 지금 봐도 매력적인 등장인물과 그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묘사한 부분들이 제게 "아다치 미츠루"라는 작가를 각인시킨 만화이기도 합니다. 그 후에 H2나 러프 등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만화의 그림체는 저는 지금도 좋긴 한데 아무래도 오래된 작품이니 그런 부분이 거슬리는 분들도 있을듯합니다.
주의 : 읽기 시작하면 당신의 시간이 순삭 될 수 있습니다.
공작왕 - 오기노 마코토
이미지 출처 : namuwiki
개인적으로 현대의 퇴마/오컬트 성향의 작품들의 효시가 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당시로서는 상당히 과감한 남녀 관계, 그로테스크 하거나 고어 한 요괴의 묘사들로 소년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들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워낙 이런 류 작품이 많아서 별것 아니게 느낄 수 있지만 당시에는 만화에서 이런 묘사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들이 많은 만화였습니다.
아마도 국내의 작가들에게도 영향이 있었겠죠? 틀릴 수도 있지만 국내 작가의 퇴마 만화 "아일랜드"를 볼 때 종종 공작왕이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미워도 다시한번 블로그
다만 오기노 마코토 작가는 이 공작왕 이후로는 히트작을 내지 못한 채 공작왕의 명성에 기댄 망작들로 자기 복제를 일삼다가 쭈욱 커리어의 내리막길을 걸었다고 합니다. 당시에 원표와 글로리아 입이 나오는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폭발적인 히트를 했던 작품이라 개인적으로 안타깝기도 합니다.
기생수 - 이와아키 히토시
이미지 출처 : wikipedia.org
개인적으로 기생수는 정말 일본 만화 소재의 신선함과 상상력의 한계가 없구나 생각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외계 생물이 인간의 몸속에 파고들어 머리를 차지한 후 인간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하는데 일이 잘못되어 주인공의 머리로 가지 못하고 주인공에 오른손에 자리 잡게 된 "오른쪽이” 또는 "오른손이"와의 묘한 동거와 인간을 먹이로 삼는 기생수들과의 싸움을 다루고 있는 만화입니다.
이 만화는 대학 1학년 때 즈음 만화방에서 접하게 되었는데 꽤나 신선한 발상과 스토리에 푹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국내 정발판에도 7권 분량의 소장판이 있고 제 동생이 전체를 소장하고 있어 저도 명절에 부산에 내려가면 할 일이 없으면 가끔 다시 보곤 합니다.
해당 작가의 "히스토리에"라는 작품도 전 좋아합니다. 알렉산더 대왕의 궁중 서기관인 에우메네스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입니다. 에우메네스는 알렉산더 대왕 사후 휘하 장군들의 후계 계승을 위한 전쟁 격인 디아도코이 전쟁 등에서 마케도니아 왕실을 지키기 위해 뛰어난 전략가로 연전연승하며 활약한 인물입니다. 말로가 비극적이어서 이 부분을 만화로 작가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 것인가? 무척 궁금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마스터 키튼 - 우라사와 나오키
이미지 출처 : 출처 불명
해당 작품은 각본가가 따로 있는데 카츠시카 호쿠세이,나가사키 타카시 각본의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인 만화입니다. 아무래도 약간은 전문적인 역사나 고고학, 그리고 군사지식이 등장하기 때문이 각본가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작가 자신의 오리지널 스토리 만화들의 느낌이 이 만화에도 살아있거든요. 그 외 개인적으로 우라사와 나오키 작가의 다른 만화들도 꽤 좋아하는 편인데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보셨을 "20세기 소년", "몬스터" 같은 작품들도 제 취향에 잘 맞았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마스터 키튼은 역사를 좋아하는 제게는 취향 저격 만화인데 고고학자이자 전 SAS 특수부대 출신 주인공은 고고학 강사이면서 로이드 보험 조사원 일도 하는 마치 인디아나 존스와 맥가이버를 합체 시켜 놓은 듯 주어진 상황에서 고대의 유물을 활용하거나 특수부대의 지식으로 해결하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고고학 배경의 역사 이야기나 미스터리들도 있어서 제가 좋아하는 요소가 다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만화입니다.
이 작가의 "아톰"을 오마주한 "플루토"란 작품 속의 짤방도 인터넷에서 많이 쓰여서 한 번쯤 보신 적 있을 겁니다. "일어나... XX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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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게임 - 사이토 타카오
이미지 출처 : 청춘남의 버킷리스트
"생존게임은 대지진과 핵폭탄이 폭발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상에 살아남은 소년이 생존을 위해 투쟁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만화입니다. 사실 제가 본 만화의 제목은 "생존자"로 해적판 중 하나였음이 틀림없습니다.
비록 꽤 옛 그림체이지만 국가가 망하고 문명이 무너져버린 세상에서 살아서 가족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소년과 그와 마주치는 수많은 인간 군상의 모습들을 통해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는 만화입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포스트 미카
이 만화의 작가는 제 초등학교 시절 동네 만화방에 있던 나름의 간지 폭풍 다크 히어로였던 암살자 고르고 13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표지를 보시면 지금도 각종 패러디로 많이 등장하는 캐릭터라 어디선가 본적이 있으실 듯합니다.
이미지 출처 : namuwiki
시티헌터 - 호조 츠카사
해적판의 방의표(번역판의 우수한)라는 이름이 "드래곤볼"의 손오공(카카로트)이나 북두의권의 켄시로와 함께 아직도 뇌리에 남는 제 소년 시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가장 기억에 남는 만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색드립을 하면 여주인공 가오리(작명 센스!, 원래 이름 카오리)가 달려와 나무망치로 응징하거나 어이없는 상황에서 까마귀가 쩜쩜쩜을 찍으며 날아가는 장면은 대부분 이 만화에서 처음 보았고 그 이후로 나온 다른 만화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걸 본 것 같습니다. 아마 그런 표현에서는 원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에 여자 좋아하고 헬렐레한 주인공이 위기의 순간이 오면 놀라운 실력의 사격술과 격투 실력으로 악당들을 제압한다던가... 그 와중에서도 개그를 놓지 않는 설정이 재미있었던 만화입니다. 매회 해결사 일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조연들도 매력적인 만화로 기억합니다.
이미지 출처 : 초자공동체의 千像萬想
용비불패 - 문정후
이미지 출처 불명
소개하는 만화 중에 유일한 한국 만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의 성격 설정은 돈에 환장한(물론 사연이 있지만) 돈벌레인데 제가 볼 때는 충분히 작가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하긴 했지만 언뜻언뜻 시티헌터의 캐릭터와 다소 겹쳐 보이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영향을 안 받았다고 이야기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캐릭터 설정 빌려오기는 사실 "열혈강호"라는 또 다른 히트 무협물이 거의 답습 수준으로 설정을 끌어갔다면 용비불패의 경우는 그런 캐릭터성을 떠나서 황금성을 찾아가는 중에 펼쳐지는 주인공의 과거와 얽힌 스토리 라인이 탄탄해서 작품 자체의 힘으로 극복이 되었다고 제 마음대로 판단(?) 내리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 당시 제 또래의 많은 만화 애호가(?)들이 다양한 소재와 재미,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가진 일본 만화들에 비해 허술한 국내 대본소 만화에 실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국내에도 이런 일본 코믹스에 영향을 받은 신진 작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형민우 작가의 "프리스트"와 같은 새로운 경향의 작품들과 함께 무척 재미있게 본 한국 만화 중 탑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현재도 해당 작가는 "고수"라는 제목으로 세계관을 이어서 네이버에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스토리 작가 분의 병환으로 휴재 중이라고 합니다, 쾌유하시길...)
용비불패 자체도 네이버 웹툰에서 단행본 스타일을 웹툰 화하여 2019년 재 공개를 시작했습니다.
지뢰진 - 다카하시 츠토무
이미지 출처 : namuwiki
음울한 느와르나 화끈한 총격전이 있는 형사물을 원하신다면 지뢰진이라는 만화를 추천드립니다. 만화로 표현되는 총격전 중에서도 상당히 리얼한 총기와 액션의 무게감을 느낄수 있는 표현력이 발군인 만화입니다.
주인공 주변 인물들이 대부분 알짤 없이 계속 죽어나가는 만화이기도 합니다. 전회에 걸쳐 총격전이 등장하고 연재 당시의 일본의 엽기 범죄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하드보일드한 형사물을 좋아하신다면 추천~
이미지 출처 : 오마이 뉴스
천재 유교수의 생활 - 야마시타 카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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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다른 의미에서 충격이었는데 잔잔한 교수의 생활을 옴니버스식으로 풀어나가며 어떻게 이렇게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회를 더해가며 종종 교수의 젊은 시절 이야기로 돌아가는 에피소드도 있긴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앞 부분의 잔잔한 일상에서 만들어가는 주변 인물의 캐릭터와 에피소드들이 계속 만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작품들과 다르게 1988년부터 아직도 연재 중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2019년 시점으로 무려 31년째 연재 중이라는 엄청난 장수 작품입니다. 저도 한동안 이 만화를 보다가 결국 완결 보기는 포기를 했다는...
옴니버스식이라 한 에피소드 당 이야기가 마무리되기 때문에 굳이 완결되지 않았다고 읽지 않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만화 애호가로써 만화 작품이 이렇게 오래 연재할 수 있는 일본의 환경이 놀랍기도 부럽기도 합니다.
이미지 출처 : Majestic 문화센터
킹덤 - 하라 야스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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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나라 시대를 기반으로 진왕 정(훗날의 진시황)과 주인공 이신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사극 배경의 전형적인 소년 성장 액션 만화입니다.
소년 만화답게 점점 등장하는 적이 과대평가 버프로 점차 인플레이션 되긴 하지만 소년 만화의 장점은 또 그런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주인공의 목표가 진나라의 대장군이 되는 것이기에 고증에는 잘 안 맞지만 병기와 말을 타고 벌이는 호쾌한 전투신과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만화를 보는 대리만족에 충실하게 부응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만화도 2006년부터 무려 2019년 시점 13년을 연재 중인 작품입니다. 저도 아직 절반도 보지 못했군요. 역사와 별 관련 없이 스토리를 재창조하고 있지만 중요한 부분은 또 역사서의 언급들에 끼워 맞추고 있어서 실제 역사와 어떻게 균형을 맞추며 이야기를 전개해갈지 궁금해지는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열혈, 소년, 전쟁, 성장, 사극 이라는 키워드를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전영소녀(비디오 걸) - 카츠라 마사카즈
이미지 출처 : steamKR
1989년부터 1992년까지 일본에서 연재되었던 만화인데 저는 고1~고3 즈음에 접해서 공부에 지장이(공부는 했었나?) 있었던 만화입니다.
비디오에서 아름다운 소녀가 실제 세상으로 튀어나와 찐따같은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된다는 러브 판타지적 설정부터가 많은 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아마 일부 어른들도) 설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의 유행했던 "오렌지 로드" 같은 류의 러브 코미디, 청춘 로맨스 장르 만화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3X3 EYES - 타카다 유조
아름다운 삼지안 운라가의 불로불사의 술법을 가진 파이에게 우연한 계시로 종자인 우가 된 주인공 야쿠모가 그녀를 지키며 모험을 한다는 컨셉인데 일반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힌두 신화와 티베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초반 스토리의 흡입력이 있습니다. 뒤로 갈수록 약간 스토리가 늘어지면서 그냥저냥의 전투물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저는 꽤 재미있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재로 등장하는 요괴와 주술 자체가 당시에 꽤 유행하는 소재였습니다.
완결 후에 외전이나 나중의 웹 연재도 있다곤 하지만 한글 번역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만화책으로 완결을 보긴했는데 어떤 결말이었는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제 중 고등학교 시절 이 만화를 수업시간에 열심히 돌려봤었던 추억이 서려있습니다. 초반 그림체가 예뻤던 것도 인기의 요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꼭두각시 서커스 - 후치타 가츠히로
후지타 카츠히로 작가는 사실 "요괴 소년 호야"로 더 유명하지만 히트와는 별개로 제게는 이 작품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요괴 소년 호야도 재미있는 작품이었지만 개인 취향이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그림체가 아주 독특한데 그래서 호불호가 있다고 합니다. 절규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거친 선이 주인 그림체 때문에 지저분해 보여서 보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고 작중 인물들의 분노나 좌절을 이 그림체야말로 제대로 표현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만화를 볼 때 그림체는 예쁜 그림체 건 거친 그림체 건 가리지 않는편입니다. 오로지 스토리와 몰입도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걸 방해하지만 않을 정도의 그림체면 제게는 충분합니다.
여튼 이 작품은 인류를 괴롭히는 조나하병을 퍼트리는 자동인형들과 꼭두각시를 무기로 이들과 싸우는 시로가네 집단의 대결을 기본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끌어가는 스토리의 몰입감이 좋습니다. 강인한 남성상으로 고아가 된 주인공 마사루에게 비열한 모습들을 보이는 다른 어른들에 비해 형이나 아버지상으로 비추어지는 가토 나루미라는 굳건한 남자 캐릭터로서의 매력과 누나나 엄마 같은 엘레오놀이라는 캐릭터의 조합도 환상적입니다.
만화 자체가 서커스 공연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전 잘 못 느꼈습니다. 그저 각자의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스토리가 편으로 나누어져 전개되는데 때로는 본 주인공이 있는 편보다 더 재미있을 때도 있는 흥미로운 구조이긴 합니다. 악역들 또는 적인 자동인형의 일부마저도 개개인의 스토리와 당위성을 가지고 있어 캐릭터들의 매력이 대단했던 만화였습니다. 역시 당신의 시간을 순삭 할 만화 입니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겨울, 방구석에서 당신의 시간을 순삭 시킬만한 옛 만화들을 소개해 보았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좀 더 최근의 한국 만화나 웹툰도 한번 소개를 해볼까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