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미드가 유행하고 접하기가 쉬워졌던 시기에 이런 생각을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왜 한국 드라마는 미국 드라마처럼 다양한 소재와 영화 뺨치는 퀄리티의 드라마를 만들지 못할까?" 당시에 거의 가족 드라마나 남녀 간의 로맨스, 막장, 불륜, 백마 탄 왕자님만 있는 한국 드라마들과 다양한 소재를 가진 미드를 비교해서 실망을 하고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나 모든 콘텐츠 매체가 천조국과 비교해서 너무 부실하다고, 어차피 따라가지 못하리라 느껴지던 시절이었습니다.
미드뿐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 한동안은 영드도 재미있게 보았던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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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영화로부터 시작해서 드라마도 지상파를 벗어나면서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결국은 로맨스(불륜/막장/기업 무슨 부 주제가 섞여 들어갔던 간에...)에서 벗어난 상당히 재미있고 퀄리티 있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내용도 재미있고 소재도 매우 다양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보통 늘어지는 스토리를 못 견뎌서 대부분의 드라마를 끝까지 보지 못하는 저도 최근에 엉덩이를 붙이고 본방사수로 끝까지 본 드라마는 "도깨비"(아 이건 결국 로맨스인가?) 나 "시그널" 같은 종편 드라마였습니다.
그중 시그널에서는 로맨스가 전면에 드러나게 나오지도 않고 시간 초월의 무전기라는 독특한 소재와 과거 미제 사건들로 촘촘하게 엮은 이 드라마의 구성에 진심으로 감탄했었습니다.
넷플릭스를 통해서 "킹덤"이 배급되던 초기에 사실은 큰 기대는 없이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하루 만에 시즌 1 전편을 다 봐 버리고 지금은 좀 후회 중입니다. 아 좀 천천히 볼걸... 아놔~ 어쩌지 시즌 2 대체 어떻게 기다려?
킹덤은 바로 그 시그널의 작가인 "김은희" 작가의 각본으로 넷플릭스를 통해서 배급된 드라마 입니다. "킹덤"이 넷플릭스로 공개된 초기에 사실은 큰 기대 없이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하루 만에 시즌 1 전편을 다 봐 버리고 지금은 좀 후회 중입니다. 아 좀 천천히 볼걸... 아놔~ 어쩌지 시즌 2 대체 어떻게 기다려?
출처 : 넷플릭스 킹덤 메인 페이지
사실 킹덤은 몇 달 전에 하루 만에 전편을 다 몰아보고도 이제야 포스팅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최근 제가 블로그 포스팅에 잠시 의욕을 잃었던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
이미 다른 드라마들도 그 재미와 수준이 높아졌다고 생각되는 드라마들이 꽤 있지만 과거의 그... "한국 드라마는 앞으로도 영원히 안될 꺼야...아마..." 라는 생각을 완전히 떨쳐버리게 만든 건 역시 이 "킹덤"이었습니다. 훗날 적어도 한국 드라마가 미드에 전혀 꿀리지 않는 시점을 꼽으라면 적어도 제게는 "킹덤" 전과 후로 나눌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소재가 조선시대의 좀비 같은 독특한 소재라서가 아닙니다. 독특한 소재로 초반만 바람을 일으키다 사라진 사례는 사실 드라마에는 여전히 독특한 소재가 아직도 별로 없어 예를 들기 어렵지만 영화들에는 꽤 많습니다. 최근만 해도 "염력"이라던가 "인랑", "물괴" 같은...
넷플릭스는 시청률이 없으니 정말 성공했는지 알길은 없지만 해외 평을 소개하는 곳들을 보면 꽤나 호의적인 반응인가 봅니다. 주변에 보신 분들의 반응도 대부분 좋았습니다. 또 적어도 제게는 시즌 2를 눈빠지게 기다리는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고자 자세한 줄거리 이야기 같은 건 없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킹덤의 1, 2편이 약간은 루즈하게 이야기의 발단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니 여러 떡밥들을 뿌리며 다소 답답함도 안겨 준다면 3편부터는 동래에서 본격적으로 떼로 달려드는 좀비 떼와 쉴 틈 없이 흘러가는 액션과 스토리에 드디어 풍덩 빠져들게 됩니다.
주요 배우들도 열연을 했는데 특히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부분은 조학주 대감 역할의 류승룡 배우는 차갑고 비정함을 보여주다가 또 복수심으로 뜨거운 분를 표출하기도 하는 등 오가는 연기들이 압권이었습니다.
드라마에서 외척이자 왕권을 위협하는 권력자로 해원 조씨를 이끄는 냉철한 조학주 역할을 킹덤에서 먼저 보고나니 최근의 영화 "극한직업"에서의 다소 코믹한 반장 역할로 등장 시에 관람 초반에는 도무지 몰입이 안 되는 부작용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있는 세자의 대사... 이 드라마의 메인 주제의식(?)은 세자 이창(주지훈)의 다음의 대사로 표출이 됩니다.
"난 다르다! 난 이들을 버리고 간 이들과도 다르고! 해원 조씨와도 다르다! 난 절대로 이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4화 중-
드라마에서 지방 관리들은 좀비떼 앞에서 자신과 양반들만 챙기고 힘없는 백성들을 모두 버리고 달아났으며 해원 조씨는 그저 이 지역을 완전히 격리하여 아직 살아있는 백성들마저 모두 버리려 합니다. 다만 해원 조씨에 의해서 역모로 누명을 쓴 세자 이창은 버려진 백성들을 버리려 하지 않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내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살짝 오글거리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현대의 비틀린 한국 정치의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이 대사들이 남다르게 와닿습니다. 아마도 작가도 그런 부분을 의도하고 쓴 장면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뭐 정치권도 아닌 제가 경험한 회사 생활에서도 나이 들거나 힘 없는 낮은 위치의 사람들을 가차 없이 버리는 모습들을 아직도 보고 있어서 그런지 오글거리면서도 저런 이상향 속의 리더가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추레하지만 어쩐지 멋있다...라는 평을 듣는 영신(김성규)은 화승총 한 자루 들고 혼자서 파이어암 액션(Firearm Action)을 찍습니다. 세자나 다른 이들이 칼과 활로 액션을 벌이기에 더 대비되기도 합니다.
킹덤 영신 캐릭터 포스터
그 외 동래부사 조범팔(전석호)은 이 드라마의 개그 캐릭터 역할인데 약간 어벙하면서도 외척 해원 조씨의 일족입니다. 그래도 순박한 순정을 가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자칫 무겁기만 한 드라마의 분위기를 조금은 희석해 주는 캐릭터입니다.
서비(배두나)의 역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제 느낌은 시즌1에서는 그 역할이 그다지 두드러져 보이지도 않고 조범팔의 좀 모자란 사람 연기에 오히려 묻히기까지 합니다. 원래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이니만큼 비중이 커질 다음 시즌 2를 가봐야 뭐라고 할 이야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드라마 영상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는 후원 연못 장면들이나 말을 타는 여러 장면들에서 수려한 영상미와 과장되지 않은 액션의 선이 어우러져 보는 즐거움도 주는 드라마입니다.
특히 좀비들의 추격 장면의 긴박함과 아무리 봐도 특수 효과가 아닌 순수하게 배우들의 연기로만 이루어진 실감나는 좀비들의 몸짓 연기도 놀랍습니다.
외국인들에게는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다양한 "모자"도 화제거리인 모양입니다. 세자 이창과 양반들이 쓴 갓, 망건, 관모, 벙거지 등 다양한 조선시대의 모자들도 화제거리라 하는군요.
링크 : 외국인 눈엔 좀비보다 갓 ... 모자의 킹덤 조선에 반하다
포스팅 시점이 좀 뒤늦긴 했는데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 동시 배급하는 한국 드라마 "킹덤"은 시즌 1을 놓고 보았을 때 꽤 잘 만들어진 드라마입니다. 지상파가 아닌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특성상 분명 아직 킹덤을 보지 않으신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주말 밤 시간을 순삭 할 드라마로 추천을 드립니다. 다만 가족이 모두 함께 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목이 굴러다닌다거나 피가 낭자한 고어 한 좀비들의 모습들을 생각하면... 다만 그래서 특히 좀비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실망하지 않고 볼 수 있는 드라마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