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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범일동 이중섭 거리, 이중섭 전망대

부산 범일동에는 화가 이중섭을 기념하는 이중섭 거리와 전망대가 있습니다. 화가 이중섭 하면 저는 제일 먼저 "소"가 떠오릅니다. 아무래도 "소"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중섭 거리는 제주도에도 있습니다. 두 곳에 이중섭 거리가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중섭은 1937년 일본 유학을 다녀왔고 원산 사범학교에서 미술교사를 지냈습니다. 한국전쟁 발발 후 1.4 후퇴 때 두 아들과 함께 피난 온 그는 1951년 잠시 제주로 건너갔다가 그 해 12월에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 부산 범일동에 판잣집을 짓고 부두 노동자로 일하게 됩니다. 그러나 전쟁통의 극심한 생활고 때문에 그의 일본인 아내 마사코는 아들을 데리고 친정이 있는 일본에 가게 되고 그는 홀로 남아 낮에는 노동을 하고 밤에는 술을 마시며 외로움을 달랬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림에 대한 화가의 열망만은 꺾이지 않았었나 봅니다. 그 시절 그림을 그릴 종이도 없었지만 담배곽의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이중섭거리 자체는 너무 큰 기대를 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이곳은 아직은 인적도 드문 곳입니다. 다만 부산을 방문해서 범일동 근처를 간다면 예술가의 삶과 문화의 흔적이 남은 오래된 골목길과 계단을 주변의 웹툰 이바구 길과 함께 여유롭게 산책하는 코스로 잡으신다면 좋을 듯합니다.


이중섭 거리 소 그림


저는 이번 명절에 처갓집을 들렸는데 처갓집이 얼마전 이곳 범일동 아래쪽에 신축된 아파트로 이사를 했기에 이곳에 머물면서 아내와 산책 삼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개발이 활발한 산 아래쪽과 달리 산비탈을 타고 오밀조밀 모여있는 건물들이 특징인 범일동의 오래된 주택 단지는 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생 또는 마을 재생 지구로 지정되어 기존의 산비탈에 조성된 마을 형태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옛 피난민 판자촌이 조성될 때 구획 거의 그대로 다시 주택이 지어졌기 때문에 주택면적들이 협소하고 이렇게 지을 수도 있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경사진 골목들에 촘촘하게 주택들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이중섭 전망대 주변


처갓집 베란다에서 내다보니 멀리 이중섭 전망대가 보입니다. (이미지의 화살표 위치)


아래쪽의 아파트 단지들과 대조를 이루는 산비탈에 촘촘하게 들어선 주택들이 정말 독특한 풍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사실 주변 산기슭까지 모두 이렇게 집들이 들어선 모습이었기 때문에 거의 재개발된 본가 주변의 모습보다 이런 모습이 더 정감이 가고 향수가 생깁니다.


범일동 신발 박물관


우선 범일동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던 곳이 범일동에 있는 신발 박물관 이정표입니다. 누나의 길이란 별칭이 있는 곳인데 한국전쟁 이후 조성되었던 수많은 섬유산업 공단에 그 시절 많은 누이들이 여공의 시대를 열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범일동 누나의 길


이정표에서 조금만 골목길을 올라가면 "신발 박물관"을 보게 됩니다.


범일동 신발 박물관


무더위 쉼터로도 쓰이는 이곳은 제가 방문했을 때는 명절 휴무로 열지를 않아 조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제 세대도 약간은 기억하는 그 시절, 여공의 시대 이야기들이 벽면에 서술되어 있었습니다.


범일동 신발공장 여공


시골 장터의 고무신 가게


부산 범일동 누나의 길


그 시절 시다 자리 선망의 직종


이곳을 지나 우측으로 몇 개의 좁은 골목과 계단을 지나니 이중섭거리가 나옵니다.


이중섭 거리 주변


이중섭 거리


골목 몇몇 벽에도 그림이 붙어 있기도 했지만 크게 볼 것이 없던 거리에 비해 가파른 계단에 계단 갤러리가 꾸며져 있습니다.


처음에 좀 가볍게 생각했다가 다 올라가니 제법 숨이 찼던 희망 100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중섭 거리 희망 100 계단


범일동 이중섭 거리 희망 100 계단


희망 100계단에는 아내 마사코와 그 힘든 시절 주고받은 편지의 글귀가 곳곳에 남아 있었고 계단 양 가에는 이중섭의 그림들이 붙어있어 말 그대로 계단 갤러리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범일동 이중섭 거리 계단 갤러리


이중섭 거리


어려운 시절 은박지, 은종이 위에 그린 그림이 미국 공보원에서의 개인전을 계기고 그 독창성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화가가 되었다는 내용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중섭 편지


이중섭 거리 희망 100계단 중턱에서 본 풍경



이렇게 작품들과 아내에게 쓴 편지글들을 읽으면서 올라가다 보니 숨이 차오를 정도로 꽤 가파른 계단입니다. 숨을 고르며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았는데 재개발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아래쪽 지역과 대조되는 풍경이기도 합니다.


시집을 뒤적


범일동 희망 100 계단, 계단 갤러리


2월인데도 너무 따뜻한 부산 날씨였습니다. 물론 부산도 명절 전후로 날씨가 풀려서 그렇다고 하는데 4,5도 이던 경기도와 달리 14도 까지 오르는 날씨에 이 계단을 올라가니 땀이 날 정도였습니다.

법일동 이중섭 계단 갤러리


부산 범일동 이중섭 전망대


끝날 것 같지 않던 계단이 드디어 끝나고 마침내 이중섭 전망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중섭 전망대 행복 도서관


부산 범일동 이중섭 전망대


지역 어린이들의 그림이 붙어 있는 노란색과 붉은 철골로 삼각 지붕 모양을 낸 독특한 구조물입니다. 멀리서도 노란색과 독특한 모양으로 눈에 잘 보였습니다.

이중섭 전망대 그림들


이중섭 전망대 전망


이곳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촘촘하게 자리 잡은 범일동 주택가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마치 예전에 가본 "감천 문화마을"애서 보았던 풍경도 조금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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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향수가 느껴지는 감천문화마을, 부산 가 볼 만한 곳


이중섭 전망대 전망


이중섭 전망대 쌈 마이웨이


본 적은 없지만 "쌈마이웨이"라는 드라마의 촬영지이기도 한 모양입니다.


이중섭 전망대


이중섭 전망대 카페 쿠카


겨울 치고는 생각보다 더운 14도에 달하는 따뜻한 날씨에 햇빛도 좋았던지라 살짝 땀을 흘리며 계단을 올라오느라 목이 탔는데 아쉽게도 정상에 있는 카페 쿠카는 설 연휴로 휴무였습니다.


아내에게 전망대 가면 아메리카노 커피를 사주겠다고 했는데 작년 추석에 미포 철길을 걷게 하느라 터널까지 가면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본의 아니게 사기를 친 이후로 부산에서만 연속으로 아내에게 커피 사기를 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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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미포 철길, 달맞이 재 터널, 옛 동해 남부선 철길 따라 걸어가는 데이트 코스


이중섭 전망대 충경


전망대에 올라왔으니 내려다보이는 풍경들을 좀 담아보았습니다.


부산 범일동 이중섭 전망대에서 바라본 산비탈 집들


이중섭 전망대에서 바라본 주변


파노라마로 담아보니 도시재생 지역으로 남은 위쪽과 재 개발로 들어선 아래쪽의 풍경이 바로 대비가 됩니다.


부산은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인데 산이 보이지 않게 불쑥불쑥 솟아있는 고층건물들이 살짝 흉물스럽게도 느껴집니다. 부산은 건축 허가 시 도심지 건물들은 스카이라인을 전혀 고려 않는 것인지 아파트나 건물들 높이가 제각각이고 간혹 불쑥 혼자 높이 솟아 있는 건물들이 살짝 눈쌀을 살짝 찌뿌리게 합니다.


이중섭 전망대에서 본 풍경


야간에 본 이중섭 전망대 주변


이후에 이어지는 길을 따라 웹툰 이바구길과 증산 공원을 둘러보고 내려왔는데 그건 다음 포스트에서 소개하기로 하고 저녁에 베란다에서 보니 이 주변의 야경 불빛이 꽤 예쁩니다. 밤에 올라가서 내려다보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 가파른 계단을 다시 올라가 볼 엄두는 나지 않았습니다.


부산 범일동에 있는 이중섭거리, 앞서도 언급했듯 이것만 보러 가는 것보다는 웹툰 이바구길과 증산공원까지 산책을 겸해서 천천히 걸으며 둘러본다면 예술가의 자취와 흔적을 볼 수 있는 부산 범일동에서 가 볼 만한 곳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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