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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 해안산책로(이기대 둘레길) 해파랑길, 운수 좋은 날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의 결말은 비극입니다. 그래서 이 포스트의 결말도 비극까지는 아니라도 아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실듯합니다.

 

이전 포스트에서 오륙도를 둘러보고 나서 최근에 유명해진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걸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전 글 : 부산 오륙도 스카이워크 관람

 

원래는 오륙도 스카이워크를 보고 나서 이기대 성당까지 택시로 이동해서 남은 1.2 km 구간을 돌아보려 했습니다. 비교적 길이 평탄한 편이라고 듣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하늘이 너무 맑고 날씨도 좋았고 시원한 해풍에 기분이 들떠서 지도상으로는 1시간 거리로 나오는 풀코스를 걸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발단입니다. 사실은 명절에 부산 내려온 김에 어디를 갈까 하다가 급 결정한 방문이라 길 상태도 다 모르는 상태에서 성급한 결정이었습니다.

 

전주까지 계속 비가 많이 왔던 날씨가 이어졌는지라 이 산책로를 걷게 하기 위해 너무 날씨가 좋아서 오늘 나를 위해 좋은 날씨가 마련된 운수 좋은 날이라고까지 생각했습니다.

 

이기대 산책로 출발지 전망대

 

오륙도에서부터 이어지는 이기대 해안 산책로는 출발지에서 보면 잘 정비된 길로 착각하기 쉬운데 알고 보면 오륙도 쪽에서는 경사가 많고 바위가 삐죽 삐죽한 살짝 험한 길들도 있어서 그래도 운동화도 제대로 갖추고 산에 가기 편한 옷을 입어야 하는 길이었습니다.

 

이런 길 상태를 모르고 그냥 명절 차림으로 왔던 우리 가족의 앞날은 아마 짐작이 되실 겁니다.

 

제가 사전에 찾아본 블로그 등에서 사진을 통해 본 평탄한 길들은 대부분 이기대 성당 쪽 길들이었더군요.

 

이기대 해안산책로 출발지, 오륙도방면

 

오륙도 스카이워크 쪽 말고 오륙도 SK 뷰 아파트 앞쪽으로 산책로가 시작됩니다. 처음 길은 공원이기 때문에 무척 잘 정비된 길입니다.

 

이기대 해안 산책로 지도

 

이기대 해안 산책로는 전체 구간이 총 4.4 km 정도로 도보로 1시간 거리로 나오지만 실제로 오륙도 쪽에서 절반 정도는 가파른 산길에 돌도 삐죽삐죽 많은 흙바닥길이라서 실제로는 2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이 길을 많이 다녀본 분들인지 대부분 맞은편 시점에서 거꾸로 산책로 종점인 오륙도까지 오시는 분들의 복장은 대부분 제대로 등산화에 등산복 갖춘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대부분 단화를 신은 우리 가족은 산길 초입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혹시 가시려는 분들이 산책로라는 명칭 때문에 평탄한 길만 있을 거라 상상하신다면 큰일 납니다. 혹시라도 절영 산책로 같은 정말 산책로로 오해하면 아니 됩니다.

 

전체를 다 걸을 생각이라면 옷과 신발부터 제대로 갖추고 걸어야 할 등산로에 가까운 길입니다.

 

이기대 해안산책로

 

그래서 우리 가족은 그냥 이런 길이 계속될 줄 알고 흥얼거리며 가벼운 차림으로 출발했다가 지옥을 보았습니다. 저야 괜찮았지만 아이들도 그렇고 아내도 신발 자체가 산길을 갈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오륙도 앞 바다

 

그래도 길이 좋은 초입은 탁 트인 바다도 보고 불어오는 해풍이 더위도 식혀줘서 매우 기분이 업된 상태였습니다.

 

오륙도앞 수변 공원

 

오륙도 SK 뷰 아파트 앞의 수변 공원으로 아파트 공원 겸 조성된 공원인데 작은 연못이 참 예쁘게 꾸며져 있습니다.

 

이기대 산책로 오륙도 방면 전망대

 

푸른 바다와 절벽들이 어우러진 해안 길이 참 멋지기도 합니다. 물론 산길로 들어서며 주변을 볼 여유를 잃어버리긴 했습니다.

저를 제외한 가족들은 힘들어서, 저는 힘들어하는 가족 눈치를 보며 차라리 돌아가자고 할까? 끝까지 데려가볼까? 하고 계속 고민하느라 말입니다.

 

이기대 해안 산책로 전세계 유명 도시 이정표

 

이기대 해안산책로

 

이기대 해안산책로

 

해파랑길로 표시된 이정표 이 시점부터 좋았던 잘 정비된 길은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됩니다.

 

이기대 해안 산책로

 

길은 조금 더 힘들어졌지만 여전히 경치는 그림 같습니다.

 

절벽과 바다, 이기대 해안 길

 

이기대 해안과 절벽, 산책로

 

길은 며칠 전 내린 비로 약간 미끄러운 진흙길이고 가족들의 입이 점점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것과는 반대로 나는 계속 이 길을 강행해야 할지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할지 내적 갈등을 겪으며 길을 걸었습니다.

 

이기대의 아름다운 절벽길

 

해안 길

 

간간이 있는 데크 길

 

길 이곳저곳에 데크로 된 길과 전망대가 있긴 했지만 사실 길은 점점 더 험해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신발 바닥이 미끄러져 넘어지기까지 했습니다.

 

반가운 데크 길

 

그래도 오랜만에 데크로된 제대로 된 길이 있어서 안도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길은 얼마 되지 않았고 곧 다시 험한 길이 나왔습니다.

날씨도 아직 꽤 더운 편이고 제 내적 갈등도 꽤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니 이기대 성당에서 출발하는 길은 좋은 편이라고 합니다. 반대편인 오륙도 쪽 길이 아직은 좀 험한 편이고 말입니다.

 

이기대 해안 산책로 데크길

 

이기대 해안 산책로 요렇게 좋은 길도 짧은편입니다.

 

절경의 이기대 산책로

 

낙석으로 인한 길 변경

 

그런데 마침내 이 내적 갈등을 끝낼 순간이 왔습니다. 바로 낙석이 발생해서 길이 끊어진 것입니다. 물론 우회로가 있긴 했는데 가는 길도 더 길어지고 산을 타야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에는 고민스러웠습니다.

 

해안 절벽, 이기대

 

이기대 해안 산책로

 

결국 내적 갈등을 끝내고 길을 되돌아오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보다 더 험한 길을 간다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포즈는 취하지만 불평불만이 극에 달했던 아이들

 

돌아오는 길, 아이들은 포즈를 취했지만 사실 이미 저는 잘못된 판단에 대해 수많은 불평을 듣고 있는 시점이었습니다.

 

오륙도가 보이는 이기대 산책로

 

겨우 오륙도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출발점 짧지만 그 좋은 길도 다시 나왔지만 이미 가족들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고 할까요.

 

 

이기대 해안 절벽

 

그래도 3/1은 넘게 가다가 되돌아왔기 때문에 무척 배가 고팠습니다. 얼마 전 달인에도 나왔던 부산 꼴통 라면에 가기로 하고 택시를 탔습니다.

 

 

서면 부산

 

서면 근처에 있는 가게였는데 이 운수 좋은 날은 여기서 끝이 난 게 아니었습니다.

 

부산 꼴통라면

 

금방 꼴통 라면을 찾았고 좋은 날씨에 지치고 힘들었던 오늘 하루도 맛있는 걸 먹으면서 좀 해소가 되려나 했습니다.

 

생활의 달인 부산 꼴통라면

 

꼴통라면 메뉴

 

브레이크 타임 3시~5시30분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 가게였습니다. 3시에서 5시30분은 영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족이 딱 도착한 시간이 3시 10분경이었습니다.

 

그렇게 운수가 좋다고 느낄 정도로 화창하고 날씨가 좋더라니... 끝까지 운수가 좋은 날(?) 이었습니다. 이기대 성당으로 짧은 길을 걸었다면 3시 이전에 올 수도 있었을 텐데 여러모로 어긋났습니다. 아내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근처 충무 김밥 집에서 배를 채우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다음 명절에는 꼭 먹으리라 다짐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게 아침부터 운수 좋게도 날씨가 구름 한점 없이 미친 듯이 화창하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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