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기대되는 공포 영화 랑종
최근 곡성의 감독인 나홍진 감독의 원안에 "셔터"로 유명한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한 "랑종"이라는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해당 영화는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공개가 되었고 아직 국내에는 개봉 전의 영화입니다.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제가 공포 영화 장르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글쓴이는 나름 공포영화 마니아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유가 있으면 유명한 공포 영화는 꼭 챙겨서 볼 정도입니다. 게다가 공포영화에 대한 내성이 상당히 강한 편이라 제 아내가 공포 영화라면 기겁을 하는 것과 달리 웬만한 수준의 공포 영화에는 두려움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공포 영화를 보는 목적은 등골이 서늘한 공포를 기대하고 보는 것 일 텐데 시간을 내어 기대하며 봤는데 별로 무섭지 않았다면 실망도 큰 법입니다. 최근에 본 공포영화들은 이처럼 제 호기심을 간질인 티저에 비해서 실망을 준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헐리우드나 서구의 공포영화 장르에서는 제가 동양적 사고관을 가져서 인지 정말로 심한 공포를 느낀 적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고 서구권의 공포 영화를 싫어하지만은 않는 것이, 충분히 등골 서늘한 공포를 주지 않더라도 영화 자체에 깔린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예기치 못한 반전을 제대로 제공하는 영화라면 그 나름대로 그 영화를 즐기는 편입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장르 자체가 상상하지 못했던 반전을 제공하는 영화들이긴 합니다. 그래도 순수하게 공포를 제공했던 영화들이 있는데 영화 전체가 그랬다 보다는 부분 부분에서 오금이 저릴 정도로 공포를 주었던 영화들이 있습니다. 일본 영화 중 TV에서 사다코가 나오는 장면의 섬찟했었고 주온의 다락방의 “까드득” 거리는 소리는 지금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공포를 주었습니다. 그중에서 "셔터"도 빠질 수가 없죠.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셔터"는 꽤 오래전 영화인데 당시만 해도 호러 영화의 주류가 아닌 태국 영화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다가 정말 동양적인 공포스러운 정서의 유사성과 마지막의 주인공 어깨에 있었던 반전은 지금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영화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공포와 반전이 모두 있는 선물세트였던 것이었죠.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소름 끼치는 공포보다는 무속과 얽힌 악의 존재와 귀신, 좀비까지 등장하지만 등골 시린 공포보다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외딴 시골이라는 무대와 일상에서 벌어지는 그 특유의 미스터리함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결말의 쫄깃한 찝찝한 여운이 일품인 영화였습니다. 물론 저와 달리 공포물에 내성이 없는 아내에게는 곡성의 공포도 엄청난 무서움을 준 것 같지만 말입니다.
원래 나홍진 감독은 "곡성"의 후속 작 겸 프리퀄을 만들 생각이었으나 제작사들의 거절로 한국에서 제작을 하지 못했고 다른 국가 다른 문화권의 캐릭터로 무당에 관한 이야기를 전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태국 호러 영화의 거장인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에게 연락하여 이 프로젝트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곡성의 영상이나 흥행 요소를 그대로 따른 후속작은 아니고 곡성의 세계관을 가진 태국 배경의 공포 영화로 정의 할 수 있겠습니다.
랑종은 태국이 무대이고 태국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한국 영화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고 한국인의 이야기를 다룬 "미나리"가 미국 영화로 분류되듯 말입니다. 이처럼 제가 좋아하는 두 영화의 거장들이 함께 만든 결과물이라 개인적으로 그 기대가 무척 큽니다. 셔터에서 느낀 공포와 반전, 곡성의 미스터리한 여운이 잘 버무려진 합작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