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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 ETC

모든 하우스푸어가 불행하지는 않아

필자는 이전 글에서도 한번 밝혔듯이 하우스푸어 예정자(?) 입니다. 제가 대출받은 금액과 집 가격을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으면 가까운 사람들은 "하우스푸어네" 라고 돌직구를 날립니다.

 

이번 달에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가격의 50%가 넘게 은행 장기 대출이며 다음 달부터 거의 급여수입의 1/4을 원리금으로 갚아 나가게 됩니다. 거기다가 분양가 대비 아파트 가격도 약 5% 하락했습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으며 연봉수입은 제 나이대의 평균에 해당해서 그리 넉넉하지 않은 흔히들 이야기하는 하우스푸어의 정의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사람 입니다. 2년 전 분양을 받을 때 살던 집도 은행 장기 대출을 끼고 장만했으니 사실 하우스푸어 유 경험자라고 할수도 있겠습니다.

 

1년 전에는 기존 집을 팔고 정리하였으나 이번 달에 입주를 하게 되어 1년만에 하우스푸어로 귀환하였습니다.

 

 

모든 하우스푸어가 불행하지는 않아

아휴 무거워~

 

얼마 전 재미있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업무상 알게 된 동종 업계의 지인과 가볍게 술 한잔을 할 일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 하던 끝에 제가 곧 제대로 된 하우스푸어의 반열에 든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상대의 태도가 미묘하게 변한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좀 만나다 보면 이 사람이 나를 존중하고 있다, 아니다 정도는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존칭이었던 말끝이 갑자기 좀 짧아진다든가 하는 경우입니다. 대 놓고는 아니고 미묘하게 한 마디씩 섞여 나옵니다.

 

모든 하우스푸어가 불행하지는 않아

허허 거 참 사는게 힘들겠수다!

이미지 출처 : https://blog.naver.com/musicee2

 

참 웃기는 게 한국 남자들만의 특징인지? 그냥 모든 남자의 본능적 특징인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서열이 정해집니다. 갑을 관계라면 말할 것도 없고 그냥 만나는 사이에서는 가장 먼저는 나이가 되겠지만 다른 조건이 엇비슷 하다면 요즘은 그 사람의 경제적 능력, 연봉 등도 고려되나 봅니다.  그래서 이런 한국적 문화를 싫어하는 저는 굳이 물어보지 않는 한 나이나 수입을 잘 공개 안합니다 ㅡㅡ;;;  필자가 인간관계에서 너무 친해지기 전의 서로 존대하는 어정쩡한 관계까지만 유지하는걸 선호하는 이유가 이런 서열화 경향이 너무 싫기 때문이랄까요.

 

접대성이 아닌 만남에서 항상 사람을 만날때 마다 "아유 됐어. 내가 낼게" 하고 밥이나 술을 사준다면, 사주는 사람이 적어도 통념상으로 더 높은 서열인 걸까요?. 지금까지는 나이는 제가 적지만 업무상으로 만나서 알게 된데다가 이 분의 회사가 최근에 좀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어서 대부분의 계산을 제가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서열화는 너무 싫어하는 성격이라 순수한 배려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날의 술값은 물론 뒤이은 커피 값까지 모두 본인이 계산한다고 하고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이전에는 한 번도 하지 않던 "어려운 일 있음 형한테 얘기하고"라는 "형" 이란 호칭을 은근슬쩍 강요합니다.

물론 지극히 현실적인 성격(?)인 저는 아무 말 없이 잘 얻어먹고 집에 아이들 주라고 "형"이 과자 사서 챙겨주는 것도 감사히 잘 받아왔습니다. 

 

모든 하우스푸어가 불행하지는 않아

고맙긴 한데, 이상하게 살짝 열받긴 하네, 아오 빡쳐

 

그런데 돌아서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사실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저를 배려해서 그런 태도 변화가 있었다고 좋게 생각하고 곧 털어버리긴 했습니다.

 

모든 하우스푸어가 불행하지는 않아

주거의 안정은 삶의 질 향상에도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 생각 합니다.

 

이렇듯 요즘 워낙 하우스푸어 대책 등에 대해 언론보도가 워낙 많이 되다 보니 집을 사기 위해 많은 돈을 빌렸다고 하면 "쯧쯧쯧 안됐구나!", "요즘 얼마나 힘들겠니?" 하는 분위기가 많은 듯합니다. 물론 이런 시선이 밥값, 술값등의 절약으로 제 삶에 도움이 되어 주긴 합니다.

 

 

계획을 가진 자발적 하우스푸어는 생각보다 불행하지 않다

 

그럼 필자는 왜 이렇게 모두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하우스푸어가 다시 되려 할까요?

거의 10년 전 저는 부산에서 취업 때문에 올라와서 당시만 해도 지방과는 엄청난 차이가 나는 집값과 전세비용에 일단 놀랐습니다. 특히 결혼하고 살면서 2년마다 급격히 오르는 전세값이 감당 되지 않아 좀 더 못한 집이나 좀 더 변두리로 밀려나는 일을 몇 차례 겪으면서 이 경험에서 기인하여 주거의 안정을 간절하게 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내 가족에게 더 편리하고 좋은 환경을 주고 싶은 제 개인적인 욕심이 크기 때문이기도합니다.  물론 열심히 저축하고 모아서 빚없이 살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 기간이 너무 길 것 같기도 하고, 살아보니 사람이란 자발적이던 비자발적이던 졸라매어 지지 않으면 결국 남는 만큼을 모으기 보다는 더 쓰고 살게 되는 게 보편적인 이치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제 경우도 수년 전 처음 집을 살 때 매달 이자만 해도 60만 원을 내라고? 이거 가능하기는 한 걸까? 하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사실 그 당시에 매달 급여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서 마이너스는 쌓여가는데 매달 60만 원의 추가 여력이 어디 있나 였습니다. 그렇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인지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틈만 나면 주택공사에서 제공하는 원리금 계산기로 계산을 하면서 지출을 통제하기 시작하자 신기하게도 아무리 봐도 더 이상 줄일게 없던 가계 지출이 마이너스를 벗어나 달마다 10만 원, 20만 원, 30만 원 이렇게 흑자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매달 약 50만 원 정도의 여유가 생겨나자 집을 사고 약 2년간 무리 없이 원리금을 갚아 나가면서도 마이너스 없는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즉 계획된 지출 계획을 가진 사람은 하우스푸어라도 고통스럽지만은 않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사석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럼 언론에서 말하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왜 생기는 거냐? 라고 반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떤 동기로 하우스푸어가 되었나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집은 주거가 목적인데 그동안 대한민국의 뒤틀린 경제구조 속에서 부동산이 투자의 수단으로 오랫동안 군림해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시세 차익을 노리고 투기목적으로 단기에 많은 빚을 내서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집값이 떨어진다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필자처럼 자신과 가족에게 좋은 주거환경을 주고 싶었던 분들은 대부분 충분한 고심 끝에 장기 대출을 받았고 타당한 상환 계획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요? 집값이 좀 떨어지면 속이야 쓰리겠지만 집 보다는 좋은 주거환경을 샀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우스푸어에 대한 여론 자체가 안 좋다 보니 빚을 내서 집을 사는 행위 자체를 비난 하는 경우들도 종종 보입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내 자신의 마음이나 각오가 아닐까 합니다.

"집값이 1/10이 될꺼야", 심지어는 제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0원 아파트" 까지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보았는데 역사의 예를 보면 한 나라에서 그 정도 상품가치의 하락이 일어나는 경우는 결국 망국과 같이 국가가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 입니다. 일단 그 정도의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집이 있던 없던, 빚이 있던 없던 모두가 고통받는 시대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 블로그에서 역사 이야기도 가끔 다루지만 역사상의 변화도 그렇고 인생의 변화도 결국 부정적인 사람들 보다 긍정적인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져 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짧게 하려던 이야기가 좀 길어졌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나 처한 환경이 모두 다르므로 제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하지는 못합니다. 또한 이같이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다만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계획하는 한 하우스푸어가 "모든 하우스푸어가 불행하지는 않아." 라는 변론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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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9 - [Etc] - 하우스푸어에서 벗어나기

 

 

 

모든 하우스푸어가 불행하지는 않아

 

읽어 주시고 추천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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