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포스팅에서 추억에 빠지게 하는 드라마인 "응답하라 1994"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필자가 94학번이어서 그 시절의 감성이 더 와닿아서 이 드라마를 챙겨 보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드라마는 제 전문 분야가 아니다 보니 간단한 소개후 두 번은 포스팅 하지 않는데 이 드라마는 처음으로 포스팅을 또 하게 만드는 군요. 10화의 소제목은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니 이 드라마가 단순히 그런 사건이나 사고의 추억에 대한 디테일만 있었다면 아마도 제 성격상 몇편 보고는 재미있는 드라마네 하고 넘어갔을것 같습니다. 사실 전작인 응답하라 1997도 추억을 살려 주는 시대의 추억에 대한 즐거움은 주었지만 전 편을 다 챙겨 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더구나 본방 사수보다는 다시보기로 몰아서 보았던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마흔에 가까운 남자가 아내의 손을 잡고 웃고 때때로 감탄하여 이 케이블 드라마를 그럭저럭 본방사수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이번주의 10화의 삼천포와 윤진의 새해 맞이, 커피와 코코아, 키스등의 키워드가 잘 말해 주는것 같습니다.
삼천포와 윤진의 코코아 만큼 달달한 새해 맞이
이번 10화에서 사실 아내와 제가 빵 터졌던 부분은 바로 삼천포 시청 앞에서 "바위처럼" 율동을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저의 경우 해양과 관련한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1994년도에 부산의 해양수산청 앞에서의 어떤 정책에 반대하는 학교 시위때 바로 그 율동을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1994년도에는 이미 운동권의 힘이 상당히 약해지고 시위도 이전보다 덜 과격해지고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이 노래와 율동은 위험한 물건 취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첨부한 율동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래도 이 노래는 그 이전 시대의 조금은 어둡고 무겁던 분위기의 운동 가요를 조금은 벗어나 경쾌하고 신나는 율동과 약간은 희망적인 미래를 노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스무살, 대학 1학년이 무엇을 얼마만큼 사회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했겠습니까? 더구나 최초의 풍요로운 세대라는 X세대가 말입니다. 그저 학교 3학년 선배들의 부추김과 신나고 경쾌한 율동에 멋도 모르고 시위현장에 있었던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비록 케이블이지만 드라마에서 운동권과 시위의 상징이었던 노래와 율동을 들을 수 있었다는게 무언지 새로운 느낌 입니다.
최루탄 맞은 나정의 얼굴에 발라둔 치약과 같은 깨알 같은 디테일들도 드라마의 재미였지만 제목의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이라는 소제목이 이야기 하는 부분들이 필자의 감성을 더 자극하였습니다. 어쩐지 제게는 무엇때문인지 군대에 가기전 대학 2년의 세월은 분명 군대를 거치며 사고 방식이 사회에 맞추어진 제대 후의 2년의 대학생활과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제대 후 취업을 위해 달리던 2년과는 달리 입대전의 2년은 군입대의 압박을 살짝 받으며 "내일은 없다"와 같이 무작정 달음질치는 삶이었달까요. 어찌 그리 스쳐간 사랑도 많았고, 짝사랑도 했었고, 짝사랑을 받는걸 알면서도 모른체 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금도 잘 못 마시는 술로 아픔을 달래기도 하고 인생의 많은 일들이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덜 성숙하였기에 위한다는 핑계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혼자만의 마음으로 아파하기도 하고, 세월이 이 만큼이나 지나고 나니 지금은 때때로 피식 웃음날 만큼 사소한 일로 술한잔에 취해 바다에 뛰어들어 죽겠다고 난리치는 친구를 말리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드라마는 20살 시절의 사람을 향한 마음과 아픔과 설렘등을 시대 상황만큼이나 잘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원래 10화의 키스신은 두개가 있습니다. 이상하게 그 시절의 사건은 평소 있던 곳을 벗어나야 일어납니다. 학교안에서 늘 보며 아무일 없던 사이도 MT에서 급진전 한다던가 놀러간 여행지에서 달라진다던가 그래서 인지 무대가 삼천포로 옮겨진 부분이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계기가 되는것 같습니다. 주연 캐릭터라 할 수 있는 성나정과 칠봉이의 키스신이 아마도 10화의 메인이라 할 수 있겠지만 저를 포함해 아마 많은 분들이 서브 캐릭터인 윤진과 삼천포의 키스신에 더 마음이 달달하고 훈훈해졌을것 같습니다. 아직 미스터리로 궁금증을 주는 나정의 남편에 대한 것보다 이미 부부로 맺어짐이 밝혀진 삼천포와 윤진의 러브스토리가 의외로 더 재미있었던 10화였습니다.
윤진(도희)와 삼천포(김성균)의 키스 신
주연 캐릭터의 그 애틋한 마음들도 와 닿지만 그것은 아마도 그 나이대의 표현의 투박함과 못마시는 시골식 사발커피를 원샷하거나 커피를 코코아로 바꿔 놓는등의 평소의 마음을 잘 표현 못하면서도 잔잔하게 서로를 챙기는 마음이 더 와닿기 때문일것 같습니다. 아니면 필자의 인생이 주연보다는 서브캐릭터에 가까운 인생이라 그런걸까요? ^^;;;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은 세월을 보내면서 "아! 그때가 마지막일지도 몰랐는데 용기를 낼 걸" 하고 용기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의 마음들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칠봉이의 용기있는 고백도 있지만 뜬금없는 삼천포의 용기는 시원함을 주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20년 후에 아 그때 용기를 낼 걸 하는 후회를 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번화에서 보인 평소에는 조금 소심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결단력 있고 용기를 보인 삼천포에게 배워야 할 부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응답하라 1994"는 1994년도의 시대와 환경에 대한 디테일 보다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마음에 대한 디테일한 표현 때문에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인것 같습니다.
오늘도 9화와 10화에 제 귀를 사로 잡았던 음악들 한번 공유 해 봅니다. 이 외에도 많은 노래들이 있었지만 제 귀에 들린건 이 정도 랄까요?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015B
수퍼맨의 비애 -DJ DOC
사랑할수록 -부활
언젠가는 -이상은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머라이어캐리
겨울바다 -여행스케치
운명 -여행스케치
삼천포와 윤진이 새해 해돋이를 보러 나갈때 흘러나오던 음악인데 가사 내용처럼 두 사람 운명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