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통계청의 60세 이상 은퇴한 가구의 월 평균 생활비는 164만원 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비용은 최소한의 인간으로 존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갈수 있는 정도의 최소한의 비용일 것입니다.
이른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삶의 품위를 잃지 않고 중산층 정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은퇴 후에도 258만원의 월 지출이 필요하다는 민간기관의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100세까지 산다는 이 시대에 과연 우리는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고 노년을 보낼수 있을것인지 걱정이 되는 요즈음 입니다.
글쓴이가 직장 생활을 시작한 것은 대학 4학년 2학기였던 1999년 가을 입니다. IMF가 터지고 겨우 2년이 지난 시점 이었기 때문인지 당시에는 사오정(45세 정년)이니, 38선(38세 이상 정리해고)이니 하는 무시 무시한 용어가 유행 할 때 였습니다.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하던 제게는 굉장히 멀게만 느껴졌던 이야기 였는데 어느새 세월이 흘러 흘러 이미 38선은 넘겼고 사오정을 바라보는 나이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언제 세월이 이렇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그야말로 10여년이 찰나와 같이 훌쩍 흘러버렸습니다. 30살 즈음 미혼이던 시절 난 40세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테야 하는 패기 쩔던 어린 시절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생기고 주택 대출에 벌써 아이들 교육비에 먹고 사는것만 해결하며 살아가다 보니 어느새 무엇하나 이룬것 없이 마흔을 넘겨버렸습니다.
주변에서는 아직 제 나이에 노후를 걱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일을 하기 시작하던 30대 초기부터 노후에 대한 생각을 늘상 고민을 해야 했던 이유는 바로 제 직업이 프로그래머, 즉 개발자였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2차 출처 : http://kimstar.kr/1615
길면 길다는 10년이 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초기부터 보아온 개발자의 미래는 국내에 머문다고 보면 크게 보면 두가지 였습니다. 그나마 나은 케이스라고 봐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직장에 오래 머물기 위해 나이가 들면서 그 동안 갈고 닦은 개발 스킬은 버리고 관리자로 변신하는 경우 입니다. 가끔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쉽게 이야기 하는 패기 쩌는 개발자들을 봅니다. "개발 스킬과 능력이 있으면 나이가 들어도 충분히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뭐 그런 경우도 찾아보면 분명 한 둘 있을수 있겠지요, 아마도 몇몇 벤처기업이나 해외에 나간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국내의 대부분 어느정도 규모를 가진 회사나 대기업에서 고위직 관리자나 임원들은 직원이 나이가 들고 어떤 위치가 되면 그들을 평가할때 C 언어의 도사니, JAVA를 귀신같이 코딩하니, 어떤 분야 기술의 전문가니, DB의 마스터니 이런거 전혀 보지 않습니다. 그런것을 열심히 어필해 봐야 대부분 이해할수 없는 개발자의 고집으로 바라 볼 뿐, 어느 시점을 지나면서 부터는 이 사람이 팀장, 또는 관리자로써의 능력이 있나?, 또는 무엇인가를 창출한 기획 능력이 있나? 만이 평가의 척도가 됩니다.
관리 업무나 문서. 인맥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그저 뛰어난 개발 능력만 믿다보면 설령 자신의 개발 실력이 남들이 범접할 수 없는 구루에 이르렀더라고 어느새 무능력자가 됩니다. 적어도 한국의 회사라는 조직에서는 그렇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국내에서 개발자는 정말 잘하고 경력을 쌓아온 개발일은 어느정도 나이가 되면 빠이빠이~ 하고 처음 접해 보는 엉뚱한 일들로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위에서 보기엔 최적화 해서 개발한 잘 구조화된 프로그램이나 초보들이 허접하게 개발한 프로그램이나 결과만 비슷하면 싸게 먹히는 쪽을 택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구조가 허접하면 나중에 결국 추가적인 비용이 더 들겠지만 당장 올해의 실적과 재 계약에 목마른 임원들은 바라보는 단기적인 관점의 문제로 생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관리도 잘해야 하고 영 적성에 맞지 않던 인맥도 잘 관리하고 줄도 잘 잡아야 하는 현실이 관리자의 길에 들어선 개발자에게 다가옵니다.
사실 이건 개발자만이 아니라 안타깝지만 우리 나라의 모든 직군이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업의 귀재라도 나이가 들어서 결국 관리능력이나 기획 능력이 없으면 그저 1회성 총알로 소비될 뿐 입니다. 그런데 다 그런건 아니지만 개발자들은 대부분 관리자 업무까지는 어찌 어찌 해내지만 제가 생각하는 진성 개발자의 성향은 그리 사교적이지 못합니다. 오히려 일 잘하는 개발자들은 생각보다 한 가지에 몰두하거나 빠져드는 성격에다 비 사교적이고 까칠한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최근에 미생을 보셨겠지만 회사란 곳이 어떤 곳입니까? 일부는 살아남겠지만 대부분은 결국은 치킨집을 차리는 수순으로 흘러가는 세태를 보게 됩니다. 사실 개발자만 그런것이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직장인이 그런 수순을 밟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 2차 출처 : http://kimstar.kr/1615
두번째 유형은 이른바 프리랜서란 그럴싸한 명칭으로 불리면서 직장 생활을 접고 SI의 바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경우입니다. 계속 개발을 하거나 보통 PM 을 하거나 하면서 개발 관리일을 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뭐 이런 경우에 위 이미지는 좀 과장되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는 인력시장 입니다. 꽤 돈을 버는 분들도 있지만 그것 역시 나이가 많고 경력이 지나치게 많으면 차에 태워주질 않죠, 최대한 싼 인원을 넣고 마진을 남겨야 하는 SI시장에서 진짜 고급 개발자란건 오히려 부담스러운 존재 입니다.
이 유형으로 가신 분들은 제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몇몇 분들은 대기업의 하청 업체로 파견 형태 또는 계약직으로 SM 업무로 자리 잡으신 경우 말고는 이제는 대부분이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예전 인연들은 아직도 이런 저런 프로젝트에 탑승하시는지?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는지 참 궁금해 집니다.
국민 연금을 믿고 있기에도 불안하고 그렇다고 한국의 사회 안전망이 앞으로 튼튼해 질 것 같지도 않고, 멀리 보지 않고 은퇴한 우리 부모님, 선배 세대들을 보면 은퇴 후의 삶이 여유롭고 행복한 경우는 몇몇 되지 않습니다. 열심히 직장에서 일해온 당신, 이젠 좀 쉬면서 여유를 즐기면 안되는 걸까요? 대부분의 경우 평생을 노동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은퇴 후에도 젊은 시절보다 많이 제한된 일들을 하며 여전히 죽도록 일을 해야지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가끔 TV에서 나오는 은퇴 후 10평 남짓한 쪽방에 두 부부가 겨우 몸을 거하는 경우가 나와는 관계 없는 남의 일이기를 바랄 수 있는 걸까요? 직장인의 노후가 그 어느때 보다 불안한 세대가 제가 속한 세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글쓴이 개인적으로 노후 준비와 관련한 이런 저런 컬럼을 읽어보면 이런 내용 들이 많았습니다. 은퇴 후 할수있는 제 2의 직업을 찾아라. 충분한 저축으로 노후를 대비해라. 옳은 이야기긴 한데 모든 이가 보수도 괜찮고 일도 즐거운 제2의 직업을 찾을 수 있을까요? 사교육비와 엄청난 등록금 및 양육 비용을 치르고도 지금 받는 월급 만으로 노후를 대비한 저축을 충분히 할 수 있을까요? 주변의 지인들의 부모님들로 한정지어 볼때 노후 대비에 성공한 분들은 사업체를 하고 계시는 몇몇 분과 이른바 여러채의 집주인, 건물주로 임대업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즉 제 주변엔 부동산을 통해서 부를 축적한 분들만이 걱정 근심 없는 노후를 보내고 계신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국민의 미래의 꿈이 임대업자인 이상한 나라가 된것이겠지요?
크게 보면 국민 개인의 은퇴 후의 삶을 보장하는 사회 안정망과 보장이 앞으로 잘 구축되는게 대승적인 답이겠지만 요즘 같아서는 제가 은퇴할 나이가 되었을 때도 그런 일이 일어날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신자유주의가 심화되어 가는 분위기에서 더 더욱 암울함을 느낍니다.
실망스럽게도 글쓴이 역시 무엇을 해야 행복한 노후를 보장 받을수 있는지 정확한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주변 성공한 지인들의 부모님들 처럼 저도 사업체나 임대업을 시도해 보아야 하는것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별다른 자본도 없이 지방에서 올라와 직장 생활로 겨우 삶을 영위하는 삶에서 녹녹하게 쉽게 바라볼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것은 직장인 이라면 지금 받고 있는 월급에 길들여지지는 않아야 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주는 급여만으로 미래를 꿈꾼다면 그것은 종종 비하적으로 표현하는 노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것은 나의 의사와 상관 없이 언제라도 타의에 의해서 중단 될 수 있는 요소 입니다. 삶의 주인이 되려면 어떤 방법이 되었던 이 급여라는 외줄의 공급이 끊어졌을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그것이 누군가에겐 펀드나 재테크, 주식 같은 것일수도 있고 창업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일이 될 수도 있겠지요. 또 다른 하나는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꿈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바쁜 생활에 매몰되어 우리는 꿈이란 단어는 학생때 외에 입밖으로 내어 볼 일이 없는것 같습니다.
잠시 논외로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은 쉬운일 같지만 오랫 동안 장기간 운영한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부족한 글도 퇴고하며 3시간째 작성 중인데 그 시간에 영화 한편을 보거나 멍하게 소파에서 휴식을 취할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블로그를 놓지 않고 운영하는 이유는 은퇴 후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저작 활동이라는 남들이 보기에 좀 어이 없는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꼭 책을 내는 일이 아니더라도 무언가에 대한 글을 계속쓰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즉 하고 싶은 많은 일을 이루어 가는 과정 중에 블로그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에서 하나쯤은 나만을 위한 일도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입니다. 얼마전 구글 애드센스 관련해서 본 영상중에는 재미로 시작한 블로그가 노후 대비의 한 축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블로거를 보기도 했습니다. 그 정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 이를 통해 유형, 무형의 많은 것을 얻고 있고 앞으로 얻게 되리라 생각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꿈과 좋아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 머물러 있지 않고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쪼개어 무언가를 하다보면 분명 노후 따위는 걱정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될것이라는게 제 지론이기도 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