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받은 개미 탐구 도구가 집에 자리 잡은지 몇 주가 지났는데 이걸 써먹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처리해야 할 숙제 같은 느낌이랄까요? 하긴 해야하는데 아마도 완벽한 도시 아이들로 벌레만 보면 비명 지르는 우리 아이들이 개미를 잡기는 어려울것 같고 제가 잡아줘야 할텐데 어릴때 처럼 개미를 손으로 막 잡기도 왠지 꺼려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벌레를 만지는게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나이가 먹고 어른이 되고 나니 벌레에 대한 두려움 보다 나도 모르게 생겨난 혐오감(아니 사실 그게 두려움 이겠지요) 때문에 꺼려지게 되었나 봅니다.
어릴때는 막 손으로 잡던 귀뚜라미도 이젠 도저히 맨손으로는 못잡는데 연가시가 귀뚜라미를 뚫고 나오는 혐오 영상 같은 쓸데 없이 본게 많아져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당히 조잡하긴 한데 개미를 잡아서 넣으면 굴을 파서 집을 짓는걸 관찰하는 도구라고 합니다. 철 없는 어린 시절 개미 잡아다 물 바가지에 수영을 시키던 저 지만 이젠 생명을 잡아들이는게 내키지 않는 약한 마음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잠시 잡아서 관찰하고 밤에 놓아주자고 아이들과 이야기 하고 개미를 채집하러 나갔습니다.
바로 이런 통에다 개미를 잡아다와서 이 집에 넣으면 됩니다. 나가면서도 개미 만지기 싫은데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개미잡이 탐험대 의상을 갖추어 입은 딸 입니다. 밀집 모자를 찾아 쓰고 개미를 잡겠다는 의지만은 강했으나 개미를 잡지는 못했습니다. 누군가 잡은 개미가 도망치면 비명을 지르며 내빼기 바빴습니다
사실 준비만 했지 제 딸은 개미는 만지지도 않았습니다. 우연히 밖에서 만난 딸 친구들이 다 잡아 주었거든요. 덕분에 저도 개미를 만지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만지긴 싫어도 보는건 무척 좋아하는 딸 입니다.
자기 일 처럼 더 열심히 개미를 잡아준 딸 친구들 입니다. 같은 아파트, 같은 초등학교다 보니 요즘은 아이들 데리고 나가면 계속 마주칩니다.
개미 잡느라 수고한 것과 제가 개미를 만지지 않아도 되게 해준 점을 높이사서 가볍게 아이스크림으로 보답했습니다.
우리는 개미 잡이 탐험대~ 포즈 입니다, 아들은 아직 어려서 여기에 올라가지 못해서 사진에서 빠졌습니다.
개미집에 개미들을 풀어 주었는데 웬걸 어떤 개미도 굴을 파지 않습니다. 그러기는 커녕 구멍이 아주 작아서 못 빠져나가겠지 했던 개미집의 숨구멍을 통해서 한 마리, 두 마리 자꾸 탈출하는 바람에 아내의 신경만 날카로워 집니다. 결국 조금 지켜보다가 저녁에 나와서 잡은 곳에 모두 풀어 주었습니다.
애초의 개미 관찰의 목적은 충족했으니 숙제를 해결한 기분입니다. 그런데 어릴쩍 기억으로 개미를 가지고 장난을 치며 놀다 보면 꼭 한, 두마리가 Fire Egg를 깨무는 사고가 있었는데 (이런 기억을 저만 가지고 있는게 아닌걸 보니 개미들은 우리의 급소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나 봅니다.) 탈출한 녀석들 때문에 그날 밤 잠 자기가 살짝 두려웠습니다.
자는 사이에 개미가 자신들을 납치한 복수를 하기 위해 다가온다면....
제 Fire...(쿨럭) 는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