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시에 있는 캐널시티를 돌아보고 나서 다음 코스는 오이타현 히다에 있는 아마가세 온천으로 향했습니다. 여기서 둘째 날의 숙박과 온천을 하는 스케쥴 입니다.
바로 전날 다소 축소 지향적인 일본식 호텔을 경험했는지라 이번 료칸식 호텔이라는 아마가세 우키하 호텔에 대해서 사전에 다른 블로그 등으로 찾아 보았고 평들이 좋아서 살짝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전날 묵은 이마리 센츄럴 호텔은 한국인인 우리에게는 다소 객실이 좁은 편으로 느꼈던 호텔인데 일본 여행을 많이 다니신 분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호텔 객실이 작은 편이라고 하는 걸 보니 일반적인 사이즈 인가 봅니다.
일정표를 보니 아마가세 온천마을로 향하던 중간에 잠깐 지온노타키 폭포를 들린다고 합니다. 높이 20m의 2단 폭포인데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가이드 분이 이야기 하더군요.
그래도 이동하면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니 병든 이무기를 스님이 경문을 읊어 용으로 승천 시켰다는 전설이 서린 폭포이고 일본 100대 폭포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폭포 밑을 걸어서 통과 할 수 있는데 폭포 아래를 한바퀴 돌면 하루 동안 행운이 따른 다고 하는 속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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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가세 온천 마을 아침 풍경
지온노타키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저녁 무렵이었는데 아마가세 주변이 산골이라 그런지 해가 벌써 넘어가며 산 위에 걸려있었습니다.
기대하지 말라는 가이드 분의 설명 때문에 너무 기대를 안 했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수량도 많고 볼만했던 폭포 였습니다. 우거진 푸른 수목 사이로 쏟아지는 풍부한 수량의 물줄기 때문인지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이 폭포 아래를 걸어서 통과할 수 있었는데 폭포 아래를 한 바퀴 돌면 하루 동안 운이 좋다는 속설이 있었습니다. 다소 옷이 젖더라도 꼭 통과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이 폭포를 무려 세번이나 통과하게 됩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저 아이들이 이 폭포 통과를 너무 재미있어 했습니다.
세찬 물줄기 바로 아래를 통과하게 되어서 튀는 물방울에 살짝 옷자락이 젖기도 하지만 그래서 시원하고 재미있습니다. 혹시 방문하실 일이 있다면 바닥이 젖어 다소 미끄러우니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 하시기 바랍니다.
일본에서 어린이날인 5월 5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다는 코이노보리 라는 잉어 모양 깃발이 폭포 주위에 많이 걸려 있었습니다. 이 코이노보리는 남자아이의 성장과 출세를 상징하는 잉어 깃발이라고 하는 군요. 여자 아이는 3월 3일이 따로 어린이 날이며 일본 전통 인형인 히나 인형을 장식한다고 합니다.
지온노타키에서 사진도 많이 찍고 아이들은 폭포 통과를 세번이나 하는 등의 시간을 좀 보낸 후 오늘 숙박할 곳인 아마가세 우키하 료칸 호텔로 이동 했습니다.
아마가세 온천 - 天ヶ瀨溫泉(천가뢰온천) 은 오이타 현 히타에 산 속을 흐르는 강변에 있습니다. 1,300년 전에 발견하였다고 하니 그 역사가 정말 오래된 온천 입니다.
근처에 있는 유후인에 비해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료칸들이 오래되고 낡다 보니 관광객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비교적 한적한 곳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듯한 시골 산골 마을이 떠오르는 느낌을 받은 곳 입니다.
자유 여행을 오신다면 열차로 간이역인 아마가세 역으로 오시면 됩니다. 열차 역 주변과 강변에 무인 노천 온천도 많다고 하는 군요. 대부분의 료칸들이 오래되어 낡았다고 하는데 우리가 묵은 아마가세 우키하 료칸 호텔의 시설은 료칸과 호텔의 장점을 혼합한 숙소로 현대식이고 시설도 좋은 편이었습니다.
일본의 숙박 업소는 숙박 인원 별 계산으로 우리 가족은 4인으로 이런 방을 두개 배정 받았습니다. 방을 하나 받던 두개 받던 무조건 인원 별이므로 굳이 한 방으로 할 필요는 없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전날에 비해 확실히 넓어서 좋습니다. 전날 묵었던 다소 좁은 편이었던 이마리 센츄럴 호텔에 비하면 운동장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이마리 센츄럴 호텔에 너무 불평을 한 것 같은데 일본 대부분의 호텔이 객실은 좁은 편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마리 센츄럴 호텔 직원 분들이 모두 무척 친절했습니다. 조식 때 식사를 준비 하시는 분들이 우리 아이들을 엄청 잘 챙겨 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이드 분의 "상업의 나라" 라는 설명이 있긴 했지만 정말로 일본에서 마주친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이 몸에 배여 있었습니다.
이런 형태의 다다미 방을 화실이라고 하고 양실이라는 현대적인 풍으로 꾸며진 방이 따로 있습니다.
여관 주인분이 따로 한글, 한국어 공부를 한다고 하는 군요. 침구마다 복사 물이긴 하지만 이렇게 직접 그린 그림과 손 글씨로 놓아 둔 종이들이 예뻐서 딸 아이가 따로 종이들을 챙겨 두었습니다.
종이 들에는 나름 캐릭터가 있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뒤에 따로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1층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전에 아이들은 유카타로 갈아 입혔습니다. 시내에 있는 일반적인 호텔들과 달리 료칸이나 료칸식 호텔은 유카타 차림으로 돌아다녀도 된다고 합니다. 어른이 그렇게 다니는 건 좀 보기 흉한 것 같은데 아이들에게 입히면 이쁘기도 하고 이국적인 의복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아이들만 미리 갈아 입혔습니다.
요즘에는 초등학교에서 발표 수업 등을 위해 해외 여행 사진을 가져 오거나 해외 어린이에 대한 글짓기 제출 같은 숙제가 나올 때가 있는데 이럴 때 써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사진도 남겼습니다.
화려 하진 않지만 고즈넉하고 한적한 시골 온천 마을의 느낌이 제 게는 더 마음에 듭니다. 창 밖으로 가끔 열차가 지나 갈 때 외에는 적막만이 감도는 정말 조용한 마을 입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시대가 다르긴 하지만 어쩐지 "이웃집 토로로" 의 시골 마을 느낌이 든다고 합니다.
여관 여주인(일본어로 오카미상 이라고 한다고 하는 군요) 분은 꽤 나이가 있으셔 보였는데 연세에 비해 자세가 꼿꼿하고 기품이 있어 보였습니다. 여러가지 관심사가 많은데 한류 드라마를 좋아해서 한글도 배우고 직접 동화책도 펴낸 동화작가 이기도 했습니다. 동화책 삽화의 캐릭터도 직접 그리셨다고 하는 군요.
침구에 있던 캐릭터가 바로 이 동화에 나오는 캐릭터 였습니다. 알고 보니 아마가세 우키하 호텔의 마스코트로 "하나코 지장" 이라는 지장 보살 캐릭터 입니다. 앞서의 동화책도 "하나코 지장의 모험"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 되어 있고 이 호텔에서만 한정판으로 구매할 수 있는 하나코 지장 캐릭터 팬시와 기념 상품이 있어서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미리 알았으면 기념으로 하나 구매 했을 텐데 딸 아이가 종이만 챙겨 왔군요. 아마도 가이드 분이 말씀 하신 것 같은데 여행의 피로로 버스안에서 전 가족이 기절해 있던 시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가세 우키하 호텔의 경우 나중에 인터넷으로 뒤져보니 본관과 신관이 있는데 우리가 묵은 곳은 신관으로 본관과 신관은 로비를 사이에 두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가족 노천탕을 갈 때 본관을 지나서 갔었습니다.
아주 큰 로비는 아니지만 분위기 있고 정갈하고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로비를 배경으로 유카타를 입은 아이들 사진을 좀 남겨 봤습니다.
그리고 살짝 기대했던 저녁 식사 시간, 예상 했던 것처럼 아주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 였습니다.
아무래도 메인 요리는 송어구이와 와규 구이 같습니다. 송어구이는 겉은 바삭바삭 속은 촉촉하면서도 비린내가 전혀 없었고 특히 와규는 1인 용 화로에 구워 먹는데 맛도 있었고 양도 적당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우리 가족은 모두 평소에 식사량이 적은 편이라 딱 적당한 식사량이었는데 고기는 넓적한 판에 제대로 한판 올려 두고 구워야... 라는 분들이라면 조금 소식한 듯 느끼는 분들도 있나 봅니다.
회도 맛있었는데 둘째 아이가 다녀오고 나서도 "그 생선" 이 아주 쫄깃쫄깃 하고 맛있었다고 또 회 먹으러 가자고 합니다. 입이 참 고급이기도 하지.... 아무래도 일본식 숙성 회 전문점을 한번 데리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창밖으로 펼쳐진 강변을 사이로 온천 마을의 고즈넉한 야경이 예뻐서 불이 켜진 채 창밖의 야경을 담았더니 창에 반사된 방 풍경과 야경이 같이 담겨서 마치 다중 노출 같은 독특한 사진이 담겼습니다.
그리고 온천에 왔으니 제대로 온천을 즐겨야죠? 저희는 아이들도 있다 보니 사전에 가족 노천탕을 예약 했습니다. 가족 노천탕은 예약을 늦게 하면 빈 곳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도착하자 마자 로비에서 문의 하시는 걸 권해 드립니다.
수건 바구니 들고 가족 노천탕으로 출발~
개인적으로 일본 여행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고즈넉한 산 속에 하늘엔 별빛이 비추고 서늘한 바람이 부는 야외의 가족탕에서 가족들만 1시간 정도 여유롭고 세상 시름을 잊은 듯 편안하게 온천을 즐긴 순간 이었습니다.
온천을 즐기고 돌아와 방에 구비된 녹차를 한잔 마시니 여행의 피로가 스르르 씻겨지는 듯 했습니다.
왜 이리 여행만 오면 아침잠이 사라지는지? 창 밖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창을 열고 내다보니 세상에 아침을 맞은 야마가세 마을의 아침 풍경이 참 예쁘기 그지 없습니다. 이 고즈넉한 시골 마을의 모습은 산너머로 넘어오는 햇살이 골짜기 한 켠에 부딪혀 부서지고 인적 없는 거리는 너무 조용해서 그저 강물이 흐르는 소리만 들려와 마음 속에 어떤 낭만을 떠오르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유후인과 달리 조용한 산속의 온천 마을이라는 안내 문구가 괜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연신 사진에 이 풍경을 담았는데 빨간 열차라도 한번 지나가주면 더 그림 같은 풍경이고 좋으련만 하는 작은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패키지 여행의 조식 시간은 상당히 이르고 시간도 촉박하기에 여유는 이쯤만 즐기고 아이들을 깨우고 씻긴 다음 출발 할 준비까지 모두 끝내 두고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식도 깔끔하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던 아마가세 우키하 료칸식 호텔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다음 목적지인 "뭉쳐야 뜬다" TV 프로에 나왔던 가마도 지옥과 유후인 가기 위해 버스를 탔습니다.
떠날 때 의외였던 부분은 여관 여주인을 뜻하는 말인 오카미상이 직접 나와서 버스 안에서 서툰 한국어로 인사와 짧은 노래를 한 곡조 해 주시고 차가 떠나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이런 부분이 바로 상업의 나라라고 말하는 서비스의 친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