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 적 매우 좋아하던 미드가 있었습니다. 바로 환상특급이라고 미국 CBS의 미스터리 스릴러 프랜차이즈 "The Twiligth Zone"이며 국내에는 번역되어 국내에서도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까지 반영했던 드라마입니다. 원래는 1959년에서 1964년까지 방영했던 흑백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있고 80년대에 리메이크된 시리즈가 한국에서도 더빙으로 방영되었습니다.
SF와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짧은 러닝타임 동안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제 어린 시절의 상상력을 자극하던 드라마였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도 시즌이 있었는데 시대가 변해서인지 예전 시리즈 같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다양한 환상들이 존재하는 시리즈였는데 그 중에서도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The Star라는 에피소드였는데 당시에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었던 제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지금에 와서 보면 CG도 그렇고 모든 것이 촌스럽지만 당시에는 별로 그렇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요금은 TV보다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빠져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TV를 보는 시간보다 훨씬 늘어난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또 찾기 어려웠던 옛날 영상들도 누군가가 열심히 올려주고 있어서 가끔 이런 영상들을 보며 추억에 젖기도 합니다.
간단한 줄거리를 말씀드리면 먼 미래에 탐사선 마젤란 호는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은하에서 초신성(수퍼노바)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이 우주선에는 카톨릭 신부도 탑승하고 있었는데 함장과 이 초신성에 대한 이야기들과 신학과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주 공간에서는 지구의 시간과 다르다 보니 크리스마스가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신부입니다.
이 슈퍼노바 주변에서 행성을 하나 발견하는데 외계인이 남긴 유적과 문화유산들이 대거 발견됩니다. 그들은 매우 수준 높은 문명을 이루었고 놀라운 문화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해당 별에는 그들이 남긴 그림, 글 및 다양한 기록물들이 발견됩니다.
인류와는 다른 외계인이었던 이들은 초신성의 폭발을 미리 알고 있었으나 자신들의 멸망을 막지는 못할 것을 알고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이 조금 떨어진 행성에 남겨 놓았던 것이었습니다.
함장은 이 초신성이 언제 폭발했는지 조사를 명령했고 이들이 남긴 문화유산 중 아름다운 음악이 나오는 큐브를 발견하고 매우 감상에 젖으며 감탄해합니다. 이렇게 뛰어난 문화를 이룩하고 또 다른 우주의 인류였던 이들이 덧없이 사라진데 동정심을 느끼게 됩니다.
신부는 이별이 폭발한 시기가 바로 기독교에서 말하는 예수의 탄생일 바로 크리스마스이고 베들레헴의 작은 마을에 가장 크게 빛났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매우 슬픔과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어째서 신은 자신의 탄생을 알리는 증표로 이들을 희생시켜야 했는지에 대한 슬픔과 신의 의사에 대한 회의, 분노를 느끼게 된 신부에게 함장이 그들이 남겨준 시를 읽어줍니다.
"우리가 아닌 더 많은 것을 위해 우린 빛으로 알려지리라. 평화와 사랑 안에 있음을 믿으라. 비록 비통한 외로움 속에 떠나며 어둠 속에 죽음에 이르기까지 태양을 보지 못할 지라도..."
이들은 스스로의 운명을 원망하지 않았고 다른 새로운 세상에 그들의 유산과 의지를 남기는데 만족한 것 같다며 함장이 신부를 위로하며 이 에피소드는 끝납니다.
기독교의 예수 탄생과 관련 된 크리스마스의 별을 모티브로 먼 우주에서 폭발한 수퍼노바(초신성)와 연계해 이야기를 풀어간 이 에피소드는 어린 시절 제게는 매우 감명을 준 스토리를 가진 에피소드였습니다.
이것이 무작위적인 초신성의 폭발이었던 신의 의지였던 간에 우리 역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상을 위해 우리의 문명과 유산을 지키고 전달할 것이라는 대사로 마무리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SF의 거장 아서 클라크의 단편 소설이 원작인 이 에피소드는 아주 짧고 두 배우의 연극톤의 대사 안에 심오한 철학을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환상특급 시리즈도 리부트 되어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물론 또 다른 그 시절 미드인 X-File 도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미스터리를 정말 좋아하는 성향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