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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아빠 사진사, 나의 똥손 사진 변화기.

어느날 문득 여행지에서 담아온 사진을 보다가 아내가 제 사진을 보면서 "사진이 많이 늘었네"라고 칭찬 해 주었습니다.

아내도 사진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보통사람 이지만 그냥 가족만 담는 아빠 사진사에게 사진이 아내의 맘에 드는 것이야 말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고 비중이 큰 인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에 페이스북에서 링크된 "사진 똥손 필수.. 프로가 찍은 아이 사진 비교" 라는 기사를 보았는데 똥손 사진의 예가 기가막히게 제가 초기에 찍던 사진들과 똑같은 유사성이 있어 혼자 웃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약 4년간의 사진을 보면서 똥손이었던 과거를 돌아보며 손톱만큼이나 달라진 제 사진을 한번 돌아 보았습니다. 아직 금손은 안되었지만 똥손에서 쇠손 정도 발전은 있었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어느날 갑자기 아이들을 좀 더 잘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전 까지 사진이나 카메라에는 정말로 1도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느날 늘 찍던 휴대폰 사진이 아닌, 뭔가 잘 모르겠지만 그 가끔 인터넷에서 보는 좀 더 다른 느낌, 뽀샤시 해 보이는 느낌으로 아이들을 담아 보고 싶다는 생각에 깊이 빠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에 와서 보면 그건 여느 보통 사람들이 카메라를 사는 계기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아웃포커스 된 사진들을 보고 심도니 판형이니 하는 개념은 전혀 모르면서 그냥 나도 저런 사진 찍으려면 카메라를 사면 되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이었습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른체 캐논 EOS M을 구입한 것이 4년 반 전이고 그 이후 DSLR을 구입하고 사진을 조금은 더 잘찍어 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사실 2년 반이 조금 안 되었습니다.

아빠 사진사

 

카메라를 미러리스에서 DSLR로 바꾸면, 더 비싼 카메라를 쓰면 뭔가 더 잘 찍게 되는 줄 알았을 만큼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카메라에 대해 전혀 몰랐던데다 미러리스를 사용하던 2년간은 그냥 셔터를 누르는 것 외에 더 배우려 하거나 연구 해 본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카메라와 사진에 대해서 눈꼽 만큼은 좀 더 알게된 지금에 와서 보면 더 비싼 카메라가 조금 더 좋은 사진을 찍는데 도움은 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비록 혹평 받는 캐논 미러리스 EOS M을 썻지만 좀 더 진지하게 사진에 대해 접근 했더라면 EOS M 으로도 충분히 좋은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걸 알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빠 사진사

 

캐논 미러리스 EOS 으로 아이들을 담던 시절은 당연히 구도고 뭐고 없습니다. 그냥 아이들은 정 중앙에 딱 자리하게 담고 있고 얼굴도 어둡게 담고 있습니다. 노출은... 그게 뭔가요? 먹는건가요?

 

아빠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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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 놓고도 장농에 고이 모셔두고 여전히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더 많이 담았습니다. 카메라는 어딘가 특별한 곳에나 갈 때 쓰는 거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아빠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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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시절 대부분 사진 들의 특징은 늘 허리도 굽히지 않고 꼿꼿이 서서 위에서 내려다 보며 슛을 했습니다. 아이들 눈 높이 조차 맞추지 못했던 시절 입니다. 즉 구도와 앵글 자체가 기사에 있던 완벽한 똥손의 예 입니다. 그래도 비록 아빠가 똥손이라 잘 담아 주진 못했지만 이 때의 딸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음에 만족 합니다.

 

아빠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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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3장의 사진은 똑 같은 장소에서 그 때와 같은 똑 같은 카메라 EOS M 으로 최근에 담아 본 사진 들 입니다.

 

아빠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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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정으로 색감 등이 달라진 것 외에 가장 달라진 건 역시 사진을 담는 구도와 눈 높이가 가장 많이 달라졌습니다.

 

사실 그 후로도 카메라나 사진에 대해 뭔가 배우려 하지 않고 그저 셔터만 열심히 눌렀기에 여전히 사진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때 담은 아이들 사진을 지금 와서 다시 보는게 참 좋습니다. 아이들 사진은 역시 꼭 잘 찍어야만 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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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EOS M 번들과 22mm 단렌즈를 쓰다가 망원에 대한 로망이 생겨서 당시 약 30만원 정도 하던 M 마운트 망원렌즈를 추가로 장만 했습니다. 렌즈가 바뀌니 사진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역시 망원이다 보니 주 피사체인 아이들이 좀 더 크게 담기고 헝그리 망원이다 보니 충분하진 않지만 조금이나마 더 아웃포커스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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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느날 웹 사이트에서 본 준 망원 단렌즈 만투(EF 85mm F/1.2 II USM)의 사진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맙니다. 바로 조리개 1.2의 아웃포커스 가득한 그 사진들은 렌즈 열병을 앓게 했고 결국 지르면 편해진다고 만투를 구입하게 됩니다. 사실 같이 구입한 오막삼은 풀프레임에 대한 욕구도 아니고 EOS M의 M 마운트에는 만투를 마운트 할 수가 없어 만투 렌즈의 캡처럼 구입하게 된 바디 입니다. 당시 만투의 느낌을 가장 잘 살리려면 오막삼이면 된다는 글을 어디선가 봤거든요. 당연히 꽤 많은 비용이 지출되어서 지름의 여파는 12개월의 큰 고통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렌즈 앓이 덕분에 저는 흔히들 말하는 첫 DSLR 부터 풀프레임으로 한방에 가게 됩니다. 당시에는 오막포도 육두막도 없던 시절이니 오막삼 정도면 제게는 차고도 넘치는 카메라 였습니다. 그 이후 사진은 한동안 저기가 도대체 어디였지? 궁금해 질 정도로 아웃포커스 사진으로 도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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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즐거웠던 아웃포커스 놀이가 질려 갈 때쯤은 어디선가 JPG 대신 RAW로 찍으면 좋다는 이야기에 사진을 RAW로 담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DPP에 "윤성" 님이 만드신 픽쳐 스타일을 적용 시켜 쓰기 시작하게 됩니다. 워낙 인물에 딱 알맞은 좋은 픽쳐 스타일 이었는데다 약간의 노출이나 색온도만 조정해 줘도 사진이 확 달라지기에 개인적으로 이때 사진의 색감이 좀 달라진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시 사진이 달라진 계기는 역시 플래시, 스트로브라 불리는 카메라 조명을 구입하면서 부터 입니다. 실내 외 뿐만 아니라 낯에 야외에서도 스트로브를 늘 달고 이른바 필인플래시 기법으로 얼굴에 그늘도 없애보고, "순간 광"의 매력에 빠졌던 시기 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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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은 대낮에 왜 카메라에 외장 스트로브(플래시)를 달고 다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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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느 순간 매번 스트로브까지 체결하고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에는 너무 팔이 아파서 최근에는 꼭 스트로브가 필요 하겠다고 판단되는 날씨나 밤에 사진을 담을 일이 있을 때만 스트로브를 챙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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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아웃포커스 놀이에 빠져 있던 전 캐논 이벤트로 16-35 F/4.0 광각 렌즈를 이용해 보면서 잠시 넓고 심도 깊게 담는 세상에 빠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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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프레임 렌즈는 준 망원인 만투 (EF 85mm F/1.2 II USM) 만 사용해 본 전 광각이라는 이 새로운 세상도 꽤나 흥미롭고 즐거운 체험이었습니다. 하지만 EF 16-35mm F/4 렌즈를 이벤트 종료 후 반납하고나자 다시 만투의 매력에 빠져 한동안 지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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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한 광각을 돌려준 후에는 여전히 만투와 아웃포커스에 빠져 아이들 사진을 담았습니다.

 

이처럼 만투 렌즈 하나로도 쭈욱 큰 불편 없이 아빠 사진사 생활을 즐겨 왔는데 시간이 갈 수록 잠시 못본 광각의 매력이 자꾸 생각나더군요. 그 때문에 풀 프레임 렌즈군 추가를 고민하게 되었고 광각을 먼저 추가 할까? 24mm 광각 영역을 커버 하면서 범용적으로 사용 가능한 표준 줌 영역대 렌즈를 살까? 고민하다가 결국 캐논 EF 24-70mm F/2.8 II USM, 일명 신계륵을 먼저 들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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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투는 긴 최소 초점거리로 늘 가족들과 좀 떨어져 거리를 두고 사진을 찍어야 했었는데 신계륵을 도입하고 나니 이렇게 손을 잡고 걸어 가면서도 사진을 담거나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서 담은 사진도 남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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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이의 손을 잡고 가까운 거리에서도 담을 수 있고 70mm로 줌 하면 어느정도 준 망원의 느낌으로 사진을 담을 수도 있어 평소에는 두루두루 애용하는 신 계륵 렌즈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힘을 팍 줘야 하는 사진을 담아야 할 때는 만투렌즈를 챙겨갔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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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mm 화각에서 24-70mm 화각이 더 해지자 이전에는 거의 담지 않던 풍경도 더 자주 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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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만 해도 주로 DPP만을 이용해 픽쳐스타일, 밝기 정도를 적용 시키는 정도가 제 후보정 프로세스의 전부 였는데 사진을 하시는 분들의 정해진 수순이듯 마침내 포토샵 후보정에 눈을 뜨게 됩니다. 초기에는 대부분 DPP로 기본 처리를 하고 그 중 일부를 포토샵으로 후보정 하다가 점차 RAW를 바로 이용해서 브릿지와 ACR을 쓰고 포토샵으로 마무리 하는 형태로 후보정 프로세스가 자리 잡게 됩니다.

 

잠시 구글닉콜렌션이 제공해 주는 탬플릿인 필름 느낌 보정에 빠지기도 했었습니다. 이 역시 사진 후보정에 재미를 붙이다 보면 지나가는 과정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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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유행은 영원하지는 않다 보니 필름 느낌 보정에 살짝 질렸을 때 쯤은 HDR 기법에 빠져 모든 사진을 또 HDR 느낌으로 보정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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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필름 느낌이나 HDR이나 그 강렬한 느낌의 보정들의 특징은 그 강렬함 만큼 빨리 질리기 마련 인가 봅니다. HDR이 슬슬 질려 갈 때 쯤은 포토샵을 통한 합성에 재미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서툰 합성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해서 요즘도 가끔 합성을 해 보기도 합니다.

 

아빠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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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도 다양하게 색감도 실험해 보고 다양한 흑백에 느깜도 써보는 등 여러 형태로 후보정 실험을 해 보면서 즐거운 취미 생활을 한 시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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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이제는 처음에는 도무지 적응하기 어렵던 라이트룸을 접하고 이것도 한번 써봐야 겠다라고 생각하고 배우다 보니 이제는 모든 사진을 라이트룸으로 후 보정하고 있습니다.

 

라이트룸에서 다양한 다른이들의 프리셋을 적용해 보며 이리 저리 개조해 보는게 또 한 동안의 취미였고 현재는 살짝 맑고 투명한 느깜을 주면서도 HDR 느낌이 아주 약간 묻어나는 느낌의 보정을 하는데 이르고 있습니다. 뭐 제 성격상 내년에는 또 색다른 것에 빠져 보정 방법이 바뀌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제 스타일이 자리 잡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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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똥손에서 은손, 금손 까지는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쇠손 까지는 발전하지 않았나 자평하는 아빠 사진사의 똥손 사진 변화기 였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찍는 사진마다 작품의 향기가 풍기는 금손 아빠사진사가 될 수 있겠죠?

 

추가로 앞서 링크한 기사에도 일부의 사진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 해 본 적이 한번도 없는 사람들이 그냥 원래의 자연스러운게 좋다느니 프로는 뽀샵빨, 장비빨, 연출빨에 불과하다. 나도 저런 장비 있으면 똑같이 찍는다. 같이 아무말 대잔치 댓글을 남긴 걸 볼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좀 씁쓸했습니다.

 

저는 기사에 나온 이제는 작가가 되었다는 아빠 사진사를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먼저 모두가 꼭 그래야 된다고 단정하는 부분이 아닙니다만 그 기사의 주인공인 아빠 사진사는 분명 자신의 아이들을 예쁘게 담기 위해 이러저리 실험하며 구도를 잡는법을 배우고 어떤 장비로 담으면 이런 사진을 얻을 수 있을까? 하고 진지함을 가지고 오랜 시간 고민 해 보았을 것으로 생각 됩니다. 아마도 그전에는 한번도 접해본적 없는 포토샵이나 라이트룸 같은 도구들도 후보정을 하기 위해 배우고 익히느라 투자했을 시간과 노력도 있었을 것 입니다.

 

모두가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만 다만 누군가 공들이고 노력해서 만든 결과물과 프로세스를 아무런 노력도 안 해본 심지어 기본 지식도 모르는 사람이 폄하하고 깍아내리는 댓글들이 달린게 참 안따까운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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